“돈 벌기도 참 무서운 세상입니다.”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횡재세 부과 논의에 대해 정유업계 한 임원의 한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또다시 “유가 상승으로 정유사가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면서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횡재세는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 덕에 막대한 이익을 거둔 기업에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겁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자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이들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고, 실제 부과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말쯤 난방비 폭탄이 문제가 되자 “고유가로 거둔 정유사 이익을 서민층에게 돌려야 한다”며 횡재세 도입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올 초 유가 하락과 함께 정유사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이런 얘기는 쑥 들어갔습니다. 근데 3분기 정유사 실적이 개선되자 또다시 횡재세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에너지 전문가들과 업계에선, 직접 광구를 개발하고 여기에서 원유를 뽑아내 수익을 내는 미국·유럽의 오일 메이저사와, 중동 등에서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경유 같은 석유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국내 정유사는 이익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오일 메이저의 경우 탐사와 개발·시추 등 상류 부문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이르지만, 국내 정유사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탐사·개발 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조차 그 비율은 15%에 그치는 게 현실입니다.

정치권이 횡재세를 꺼내 든 타이밍도 잘못 짚었습니다. 올 3분기 국내 정유사들은 반짝 흑자를 냈지만, 당장 4분기엔 적자 전환이 예상됩니다. 정유사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석유 제품과 원유 가격의 차이)은 8~9월 배럴당 10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보통 정제마진 4달러 정도를 정유사 손익 분기점으로 봅니다. 근데 이 정제마진이 10월부터 3달러대로 떨어졌습니다. 우리 정유사들은 만만찮은 대내외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며 수출 부진을 만회해주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수익을 낸다고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대외 환경이 나빠져 적자를 낼 경우엔 국민 세금으로 보전을 해줄 건지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