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로 이경아 대표가 지난 15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자사 텀블러 살균 세척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고운호 기자

“요즘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죠. 그런데 텀블러를 갖고 있으면서도 씻는 걸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부는 텀블러를 쓰면서도 혹시 텀블러에 세균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에요”

이경아(53) 대표가 운영하는 ‘이파로’는 텀블러를 10초 만에 자동으로 살균 세척할 수 있는 기기 ‘쏙싹’을 제작·공급하는 중소기업이다. 15일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공공기관·기업용 사무기기 렌트 사업을 하다가, 지난해 한 거래처에서 직원들이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파로를 창업하게 됐다”고 했다. 당시 이 거래처 회사는 직원들에게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면서 텀블러를 제공했지만, 정작 직원들은 “텀블러를 쓰고 나면 씻을 곳이 마땅치 않다” “화장실에서 텀블러를 씻는 건 찜찜하다”면서 제대로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대표는 지난 3월 이파로를 설립해 텀블러 세척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공공기관에서 사용했던 세척기는 세척 공간이 외부에 노출돼 위생 우려가 가장 큰 단점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컵을 버리는 휴지통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잦았다. 또, 다양한 크기의 텀블러가 고정되지 않아 제대로 씻기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이파로 세척기는 자동문으로 구분된 내부에 텀블러를 넣으면 고압 세척과 UVC(자외선 램프) 살균이 동시에 이뤄진다. 15~25㎝ 텀블러는 모두 세척할 수 있다. 크기도 유치원생 키 정도인 약 1.1m 높이에 가로, 세로 길이는 각각 성인 남성 손 한 뼘 크기인 22.3㎝에 불과하다.

쏙싹을 도입해 사용하는 마포구청에서 실시한 도입 전후 비교 조사에 따르면, 쏙싹을 사용해 텀블러 세척 시 일회용 컵은 연간 3만개, 씻을 때 쓰는 물은 물 4만L(리터)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제주도청·서울 성동구청 등 공공기관 15곳, 서울 은평구내 도서관 등 도서관 12곳, IBK기업은행 등 기업 20곳, 목동고 등 학교 6곳에 세척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파로는 이달 말에는 병원협회가 주관하는 산업 전시회에도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텀블러 세척 시장은 이제 태동기지만 소문을 타고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기업 교육연수원에서 사용해본 임원이 자기 회사에 도입하거나, 관공서에서 써본 학부모가 학교에 도입을 제안하는 등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최근 참여한 폐기물 산업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친환경 대전에선 ‘물 부족’ ‘수질 오염’을 고민 중인 해외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표는 “탄소 중립·ESG 달성을 위해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당장 매출 확대보다는 텀블러 세척기를 널리 보급해 사람들이 텀블러를 보다 더 편하게 자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