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엔솔 前 CEO(왼쪽), 김동명 LG엔솔 신임 CEO(오른쪽) /그래픽=김현국

22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2024년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인사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1957년생인 권영수 부회장 후임으로 1969년생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을 CEO로 선임하는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의 ‘6인’으로 불렸던 부회장단 중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권영수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LG그룹이 2018년 취임한 구광모 회장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0년 젊어진 LG엔솔… LG화학 신학철 유임

이번 인사로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임원들은 10년을 뛰어넘는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권영수 부회장을 비롯해 이방수 사장(CRO·최고 위기관리 책임자), 김명환 사장(CPO·최고 생산기술 책임자) 등 1950년대생 사장들이 대거 퇴진하고, 후임에 1960~1970년대생 김동명 사장, 박진원 부사장, 손창완 전무가 선임됐다. 김동명 신임 CEO는 연세대 금속공학과, KAIST 재료공학 석·박사를 밟고 1998년 LG화학 배터리연구센터로 입사해 연구개발·생산·기획 등 배터리 산업 전반을 경험한 배터리 전문가로, 2020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아 대규모 수주를 이끌어냈다. 재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산업 2.0 시대를 맞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김동명 사장은 국내 최고 자동차 전지 전문가로, 준비된 CEO”라고 말했다.

LG화학은 현 CEO인 신학철 부회장을 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 부회장은 이제 LG그룹에서 유일하게 남은 1950년대생 CEO이지만,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영입됐다.

LG그룹은 23일 ㈜LG·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생활건강·LG CNS, 24일 LG전자·LG유플러스 등 추가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44년 만에 물러나는 권영수 부회장

권영수 부회장은 44년 만에 LG그룹을 떠나게 됐다. 1979년 당시 금성사였던 LG전자에 입사해 45세 나이로 CFO(최고 재무 책임자) 부사장에 오르고, 49세에 LG디스플레이 CEO로 선임된 뒤 LG유플러스, ㈜LG까지 17년간 그룹 내 최고 경영자 역할을 해왔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LG 직원들에게 ‘세계 최고’ ‘1등 정신’을 강조해왔던 ‘스타 CEO’였다.

권 부회장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에는 ㈜LG 대표이사를 맡아 구 회장의 초기 안착에 기여했다. 2021년 11월부터 LG화학에서 분사된 지 1년 된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며 지난해 1월 성공적인 IPO(기업 공개)로 10조원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GM·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공격적 수주에 나서 현재 국내 2개, 해외에 13개 배터리 공장을 구축했거나 구축 중이다. 배터리 수주 잔액은 500조원에 달한다. 재계 일각에선 권 부회장의 용퇴에 대해 예상 밖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는 2010년 당시 LG디스플레이 대표였던 권영수 부회장이 부품 계약을 위해 LG를 찾은 현 애플 CEO인 팀 쿡(당시 최고 운영 책임자)과 함께 심은 사과나무(아이폰·아이패드·맥북) 세 그루가 있다.

◇SK도 부회장단 일부 퇴진 유력

삼성·SK 등 다른 주요 대기업도 세대교체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초 계열사별로 인사를 발표하는 삼성은 현 부회장 중 일부가 교체될지 관심이 쏠린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 취임 1년을 맞는 시점에,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가전 사업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인사로 변화를 줄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해마다 12월 첫째 목요일에 인사를 단행해 온 SK는 이번에도 다음 달 7일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 부회장단 중 일부가 퇴진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엑스포 유치 결과가 변수다. 엑스포 유치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이에 기여한 인사들의 유임 및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엑스포 유치국으로 확정될 경우, 해외 네트워크 개발 등 업무가 늘기 때문에, 아예 퇴진이 아니라 다른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현대모비스·현대제철 CEO를 교체하며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이어지는 임원 인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