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지난 20일 울산 조선소에 정박 중인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 승선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내부를 공개했다. HD현대중공업이 2019년 수주해 건조한 정조대왕함은 내년 말 정식 인도를 앞두고 현재 해군과 함께 시험 평가를 진행 중이다. 구축함은 현대 해군에서 대함·대잠·방공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군함이다. 이지스는 그리스 신화에 제우스가 입고 있던 갑옷인 ‘이지스(aegis)’에서 유래한 미 해군이 개발한 최신예 해상 전투 체계다.
국내에서 독자 설계·건조한 정조대왕함은 우리 해군의 첫 8200t급 이지스 구축함이다. 이전 세종대왕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은 있었지만, 요격 미사일은 장착하지 못했는데, 정조대왕함은 SM-6 미사일 등을 탑재해 최대 400km 떨어져 있는 탄도탄 등 대공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승선 행사를 통해 해상 작전 헬기 2대를 넣을 수 있는 내부 격납고, 함대지 미사일 체계 등을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가스터빈 엔진에 전기 추진 체계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엔진, 장거리 대잠수함 어뢰 ‘홍상어’, 스텔스 선체, 한국형 수직 발사 체계 최초 탑재 등 타격·방어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며 “해외에서 관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최다 수상함 건조 실적을 보유한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함을 자체 설계·건조하는 국내 유일 조선소다. 1975년 한국 최초 전투함인 울산함 개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지스 구축함 5척 등 102척 함정을 건조했다. 주원호 특수선사업본부장은 “수상함 분야에서 글로벌 수요가 가장 많은 1000~2000t급 원해경비함 3가지 모델을 자체 개발해 필리핀에서 수주했고, 다른 국가와도 수출 협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매출 규모를 2배 정도 늘려 갈 계획이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약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신형 잠수함 사업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리튬전지를 이용한 잠수함용 전원 공급 체계 구축도 성공했다. 기존 대비 잠항 지속 시간을 1.5배 이상 높이고, 수중 최대 속력 지속 시간은 3배 이상 향상됐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가격·성능 면에서 한국과 일본 조선소의 경쟁 구도인데,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방산업체와 ‘팀 코리아’ 형태 협력 체계를 꾸려 도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