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충남 아산 한국하우톤 연구실에서 만난 김희용 사장이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금속가공유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1973년 설립된 한국하우톤은 국내 금속가공유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일 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최근 찾은 충남 아산시 한국하우톤 아산공장. 건물 3층 전체 783㎡(약 237평)를 사용하고 있는 연구소에선 새롭게 개발 중인 금속가공유(油) 제품이 영하 몇 도까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금속가공유는 금속 소재를 절단·압축할 때 열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쓰는 것으로 흔히 ‘윤활유’라고 부른다. 연구소엔 800여 종의 첨가제와 성능 테스트를 위한 실험 기구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첨가제 종류와 용량을 계속 바꿔가며 최적의 금속가공유를 찾는 것이다.

설립 50년을 맞은 한국하우톤의 지난해 연매출은 1867억원. 전형적인 제조 강소기업이지만 전체 임직원 230여 명 중 30%가 넘는 약 70명이 석·박사 출신의 연구 인력이다. 국내 금속가공유 시장에서 40%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일본 유시로에 이어 2위다. 고객도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만 900여 종에 이른다. 이 회사 김희용 사장은 “금속가공유는 금속의 종류와 가공 기법에 따라 성질도 달라져야 한다”며 “다양한 글로벌 고객과 거래하려면 연구·개발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하우톤은 지난 8월 작고한 창업주 김광순 회장이 1968년 설립한 삼연사를 모태로 한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온 김 회장은 엑손모빌의 윤활유를 수입해 무기 제조공장에 납품했다. 김 회장은 당시 우리나라 중공업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금속가공유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엔 기술이 없어 금속가공유를 일본·미국·독일에서 비싸게 수입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 직접 제조해서 판매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때마침 한국 진출을 위해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던 글로벌 금속가공유 1위 업체인 미국 하우톤 인터내셔널에게 김 회장이 합작을 제안했다. 이렇게 두 회사는 1973년 합작법인 한국하우톤을 설립했다.

한국하우톤은 1976년 인천 부평에 생산공장을 만들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직접 금속가공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미국 하우톤의 기술을 로열티(사용료)를 내고 사용했지만, 1980년 사내에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며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소기업 중 자체 연구소를 가진 곳은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2000년에는 전 제품을 로열티 한푼 주지 않고 자체 생산하는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

한국하우톤의 기술력은 1994년 석유·석탄에서 나오는 광물성 기름 대신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한 ‘생분해성 유압작동유’를 개발하면서 인정받았다. 김 사장은 “일반 윤활유는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데, 우리 제품은 95%까지 분해돼 토질과 수질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한국하우톤은 김 회장의 아들인 김두명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이끌고 있다. 최근 전기차 핵심 부품인 모터코어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접착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이 엔진이 없는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핵심 수요처가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지만,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김 사장은 “국내 금속가공유 선두 기업을 넘어서 ‘글로벌 특수유 및 케미컬 회사’로서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