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왼쪽에서 둘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방문해 연구소를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TV·스마트폰·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종합 반도체 세계 1위 도전 나선 삼성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993년부터 30년간 세계 1위를 수성하며 ‘초격차’를 구축했다. 이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산업에는 인텔(CPU), 엔비디아(GPU), 퀄컴(SoC) 등 분야별 거대 기업들이 포진해 있고, 파운드리는 대만 TSMC가 공격적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에 도전한다. 향후 20년간 300조원 이상을 투자해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삼성전자와 TSMC만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인 GAA(Gate-All-Around) 구조를 적용한 3나노 양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산 용량 부족으로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용인 클러스터를 통해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하면 TSMC와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

또 용인부터 기흥∙화성∙평택∙이천·판교의 메모리·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팹리스·소부장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비약적 성장이 가능하다. 700조원의 직간접 생산 유발 효과, 160만명 고용 유발 효과도 기대된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신화로

삼성은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사업을 위해 허허벌판의 갯벌 인천 송도에서 직원 30명으로 시작했는데, 사업 시작 10년 만에 글로벌 CDMO 시장 독보적 1위로 올라섰다. 이제는 글로벌 Top 제약사 20곳 중 12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 고도화해 글로벌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최근엔 바이오젠이 보유했던 바이오에피스 지분 전체를 인수해 개발·임상·허가·상업화 등 바이오 R&D 역량을 내재화했다. 삼성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세대 통신에도 도전

삼성전자는 미국 버라이즌(2020년), 미국 디시네트워크(2022), 영국 보다폰(2021), 일본 KDDI(2021), 인도 에어텔 (2022) 등 글로벌 대형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5G 사업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 5G 시대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0년 7월엔 ‘6G 백서’를 통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했다. 이재용 회장은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서, 통신과 백신 비슷하게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이동통신 사업이 이재용 회장의 ‘플래그십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