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센서·제어기기 전문 중견기업 오토닉스는 1977년 부산국제시장 상가 단칸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산업용 전자부품 수리 센터를 운영하던 고(故) 박환기 전 회장은 당시 외산 일색이었던 장비들을 뜯어고치다 ‘왜 우리 기술로는 만들 수 없을까’라며 국산화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당시 20대 중반 나이로 ‘국제전자 기술사(현 오토닉스)’를 열고, 산업용 기계를 수리하면서 제품 개발에 나섰다. 1984년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카운터’(계측기)를 개발해 출시했다. 가격은 당시 30만~100만원 하던 수입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12만원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회사 제품이라 처음엔 외면받았지만 이내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급증했다. 1988년 자동화(automation)와 전자(electronics)를 합쳐 오토닉스(Autonics)로 사명을 바꾸고 자동화 전자 부품 개발을 확대했다.
올해로 창립 46년을 맞은 오토닉스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자동화 관련 전자 부품 시장을 이끌어 왔다. 지금은 산업 자동화 분야의 핵심인 센서, 제어기기, 모션 디바이스, 레이저 마킹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6000여 종 제품을 생산한다.
제조 공정에서 물체의 유무를 검출하는 센서, 시스템을 조정하거나 컨트롤하는 데 사용되는 제어기기는 모든 산업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품이다. 오토닉스는 국내 기업들의 원가 절감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2015년 박 전 회장이 불의의 사고로 별세한 뒤 아들인 박용진(43) 오토닉스 대표가 회사를 이어받았다. 박 대표는 부친과 마찬가지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현재 중국·일본·튀르키예·미국·브라질 등 100여 국 이상에 판매하고, 매출 절반이 해외에서 나온다. 작년 매출은 2125억원, 영업이익은 146억원을 기록했다. 중견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 포함 12국 법인에서 1700여 명 직원이 일한다.
박 대표는 “여전히 회사의 핵심은 기술 내재화, 연구개발(R&D)”이라고 강조했다. 전 직원의 약 20%가 R&D 인력이고,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한다. 인재 확보를 위해 인천 송도와 부산에 있던 연구소를 통합해 2020년 서울 강서구 마곡에 R&D센터를 열었고 연구원 200여 명이 이곳에서 일한다. 지난 7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연구개발 역량이 탁월하고 기술혁신이 우수한 기업 연구소를 발굴·지원하는 ‘2023 우수기업 연구소’에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등 산업 안전이 강화된 점을 고려해 ‘세이프티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손가락·손 등 특정 물체가 감지되면 즉시 기계 가동을 멈추는 장비 등이다. 박용진 대표는 “자동화 설비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는 지금이 회사의 또 다른 변곡점”이라며 “국내 1위에 만족하지 않고 100년 장수 기업인 해외 경쟁사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