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11월)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하면서 2개월 연속 플러스를 달성했다. 특히 우리 수출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13% 가까이 증가해 16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사실상 우리 수출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무역수지(수출-수입)도 흑자였다. 지난달부터 수출과 무역수지 동반 흑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산업에서 최대 비율을 차지하는 반도체 회복세까지 맞물리면서 오랜만에 우리 대외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한 558억달러(약 73조원), 수입은 11.6% 감소한 520억달러(약 68조)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38억달러(약 5조) 흑자를 냈다. 작년 2월 이후 21개월 만에 수출과 무역수지, 반도체 수출이 모두 흑자를 기록하는 ‘트리플 플러스’를 달성했다.

그래픽=이철원

이는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쳐 온 반도체 수출이 회복된 덕이 크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11월(84억달러)보다 12.9% 증가한 95억으로, 16개월 만에 처음 플러스로 전환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고금리로 위축됐던 IT 투자 수요가 내년에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 선행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며 “공급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재고도 감소 추세를 보여 수출이 증가했고,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내내 부진하던 수출은 지난달 올 들어 가장 크게 증가하며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지난 6월부터 6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이 같은 호조세의 배경엔 빨라지는 반도체 수출 회복세가 있다. 플러스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며 대(對)중국 수출도 연쇄적으로 회복 중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말과 내년 수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 양대 축 반도체·중국 회복세 뚜렷

반도체 수출은 2017년 10월 월간 기준 처음으로 전체 수출 중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우리 수출을 좌우하는 수준까지 커지기도 했다. 그런 반도체는 지난해부터 우리 수출 부진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수요 급감으로 재고가 쌓이면서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3분기(-3.9%)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내리막을 걸었다. 올 1월엔 수출이 전년 대비 44.5% 감소하며 월간 기준 사상 최악의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전체 수출 중 비율도 올 2월 기준 11.9%까지 곤두박질치며 자동차에까지 밀리면서 ‘부동의 1위 품목’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그러던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15개월간 이어진 마이너스 흐름을 끊고 반등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출(52억4000만 달러)이 전년 대비 36.4%나 증가한 결과다. 공급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재고율이 줄고, 가격이 반등했다. 시장조사 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8Gb 기준) 고정거래 가격은 전달보다 3.33% 오른 1.55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7월 이후 D램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왔는데 지난 10월 15% 넘게 오른 데 이어 연속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메모리 칩의 또 다른 축인 낸드플래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 반등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역시 올해 최대치인 114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한 수준으로, 플러스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회복세가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대중 수출은 곧 20~30%대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8월 -19.9%, 9월 -17.6%, 10월 -7.9%로 감소세가 둔화됐다.

부진했던 반도체·대중 수출은 회복되는 가운데 올해 줄곧 호조세를 보였던 다른 수출 품목과 시장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며 무역수지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지난달 15개 수출 주요 품목 중 12품목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석유화학·섬유’(5.9%·전년 대비 증감률), ‘바이오헬스’(18.8%) ‘이차전지’(23.5%)는 각각 18개월, 17개월, 8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으며, 부진한 반도체를 대신해 올해 우리 수출을 이끌어온 ‘자동차’는 17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난 덕이다. 주요 수출 시장 9곳 중 미국, 베트남, 일본, 인도 등 6개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경기 회복 기대감 커져… ”내년 수출 8% 가까이 증가 전망”

수출 실적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올 연말과 내년 경기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무역협회는 최근 발간한 ‘2023년 수출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나라 수출은 올해보다 8% 가까이 증가하고, 무역수지는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도 “수출 우상향 모멘텀이 더욱 확고해졌다”며 “수출 상승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져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총력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이 완전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는 내년 1분기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 OPEC+의 감산 합의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 같은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지난 10월과 11월 ‘수출 플러스’ 달성엔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수출 상황을 계속 지켜야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