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요소수 대란을 겪은 지 2년 만에 다시 요소수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로 들여오기로 한 중국산 요소 수입이 막히면서 업계를 중심으로 제2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소를 원료로 만드는 요소수는 경유 차량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제품이다. 대형 공장, 발전소에서도 매연 방지를 위해 사용해 발전·수송 등 산업 전 분야에서 필수 소재인데 우리나라는 요소 수입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서 수입하려던 요소 상당량이 검사를 마친 상태에서 현지 해관(세관)의 지시로 선적 작업이 중단되며 발이 묶였다. 지난 9월 외신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번 수출 차질 전까지 중국산 요소 수입 문제가 드러난 경우는 없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 확인한 결과 공식적으로 요수 수출 제한 조치를 한 적이 없고, 이번 통관이 막힌 문제에 대해서는 확인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해당 물량에 대한 목록을 중국 정부에 전달해 문제 해결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4일 국내 요소 관련 업체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현황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2021년 11월 중국산 요소 수입이 막히면서 우리나라 물류와 산업은 마비 직전까지 갔다. 그해 1~9월까지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인 중국에서 수입한 요소는 차량·산업용을 합해 약 1450억원으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총 수입액의 0.03%에 불과했지만, 이 제품 하나 때문에 물류·건설·화학 등 우리나라 산업 전 분야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겪어야 했다. 정부는 이후 요소 수입 다변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산 요소 수입 비율이 감소하는 듯하더니 올 들어 90%를 넘으며 오히려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발 요소 수입이 다시 막힐 조짐이 나타나면서 2년 전 요소수 대란의 악몽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다만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출 제한 조치를 고시했던 2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정부의 공식적인 조치는 없었다”고 밝힌 데다 재고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중국산 비중 줄이고, 비축분 늘리겠다더니
요소수는 경유 차량이 배출하는 까만색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해 매연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주로 석탄 정제 과정에서 뽑아낸 암모니아를 고체로 만든 요소를 수입해 국내에서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2015년 1월부터 판매한 경유 차량에는 요소수를 넣는 배출가스 저감 장치(SCR)가 필수로 달린다. 요소수는 화력발전소나 제철소·화학설비 등에서도 매연 저감을 위해 많이 쓰인다. 요소수가 부족하면 영업용 트럭부터 발전·철강 등 주요 산업이 멈춰 서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선 가격 경쟁력과 공해 문제 때문에 요소를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수입선 다변화가 필수적이고, 정부도 2021년 요소수 대란 당시에도 다변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던 중국산 의존도는 다시 늘고 있다. 요소 대란 직전인 2021년 1~9월 97%까지 높아졌던 중국산 비율은 연말에 수입선이 다변화되며 그해 연간 기준으로 7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중국 비율은 67%까지 떨어졌지만 올 들어선 다시 90%를 웃돌면서 201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인 탓에 거리가 먼 베트남이나 카타르산의 경쟁력이 떨어졌고, 결국 수입업체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산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화학 업체 관계자는 “무거운 요소는 물류 부담이 큰 품목이어서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수입처 다변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중국의 ‘통관 금지’에 휘둘릴 건가
제2 요소수 대란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지만, 그때와는 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시와 달리 재고 수준은 안정적으로 알려졌다. 당시엔 사태 발발 직후 업체별로 2~4주밖에 재고가 남지 않은 탓에 전 국민이 요소수 확보에 비상에 걸렸지만, 현재는 재고만 70일분 이상을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도입한 물량에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지역 수입 물량을 더하면 3개월 이상 확보하고 있다”며 “재고도 적었고, 대처법도 몰랐던 2년 전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과도한 중국산 의존도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언제까지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내 산업계 전체가 흔들려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인협회 실장은 “요소뿐 아니라 다른 희소 자원에서도 보호무역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철저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