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3조4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2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수은)의 수입국에 대한 금융 지원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이번 계약은 애초 예상했던 수출 물량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보통 무기 수출 계약이나 고속철도, 원전같이 정부 간 계약(G2G)의 경우 수출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수은 등 수출국의 국책은행이 수입국에 대해 금융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업계에선 “남은 물량에 대한 순조로운 계약을 위해선 수은이 금융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 수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화에어로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152문을 추가 수출하는 3조4474억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작년 7월 폴란드와 K9 자주포 672문 등을 수출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맺었고, 같은 해 8월 212문에 대한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물량은 원래 계약하려던 물량 460문의 3분의 1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금융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애초 최대 30조원 규모의 한화에어로를 포함한 국내 방산 업체들의 2차 계약은 올 상반기 체결될 예정이었으나 반년 가까이 미뤄졌다. 한화에어로는 그나마 연내에 일부 물량에 대해서라도 계약을 했지만, K2전차 800여 대를 추가 수출하려 했던 현대로템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는 수은의 수입국에 대한 금융 지원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수은의 폴란드 무기 수출을 위한 자금 지원 한도가 거의 차 2차 수출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수은의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여전히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2차 계약 체결이 미뤄지는 사이 폴란드 정권이 바뀌는 등 국내 방산 업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만한 상황 변화가 많았다”며 “금리 문제 등 때문에 시중은행 지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