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국

중국산 요소 수입이 막히며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비료업계가 성수기인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주요 업체들은 내년 전체 수출 규모도 평소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차량용·산업용 요소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해온 국내 산업계에 충격이 예상된다.

2년 전과 같은 대혼란이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벌써 일부 지역 주유소와 매장에선 사재기 조짐이 나타났다.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몇몇 요소수 제품이 일시 품절되고 사태 이전인 지난달 말보다 2~3배로 가격이 뛰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요소수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한때 급등하기도 했다.

그래픽=김현국

주요 수출국인 중국산 요소가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긴급 대응반을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남아, 중동 등과 대체 물량 확보 협의도 시작했다.

5일 중국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플랫폼인 중국화학비료망에 따르면 중국 주요 비료업체들은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전면 제한하고, 내년 2~4분기 수출 물량도 94만4000t으로 축소하기로 자율 합의했다. 업계 분석가 푸야난은 지난 1일 “중눙그룹과 중화그룹 등 주요 요소 비축·무역 기업 15곳은 지난달 24일 회의를 갖고 내년 1분기까지 수출을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 간의 자율 협의라는 형태를 취했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의 지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차량용·산업용 요소 수입 물량의 91.8%, 비료용의 22.5%를 의존하는 중국산 요소의 수입이 내년 1분기까지 막히고, 이후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요소는 경유 차량의 매연을 줄이기 위해 넣는 요소수의 주 원료로 발전소와 대형 공장 등에서도 많이 쓴다. 차량용·산업용 요소에 황산 코팅을 한 비료용 요소 또한 농사에 필수다. 요소 수급이 끊기면 수송부터 제조업, 농업까지 국내 산업 전체가 모두 멈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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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주요 요소 생산국 중 하나로 해마다 400만~500만t을 수출해 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은 요소 5600만t을 생산해 5100만t을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500만t가량을 수출했다. 2019년 수출량도 470만t 수준이었고, 올해 1~10월에는 339만t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요 15개 업체가 내년 1분기 수출 중단 후 2~4분기 수출하겠다고 밝힌 물량은 94만4000t으로 연간 기준 평소의 5분의 1 수준이다. 차량용·산업용과 비료용을 합쳐 지난해 37만8000t, 올해는 10월까지 33만5000t을 수입한 우리나라로서는 단순 계산으로도 30만t 이상을 다른 곳에서 확보해야 한다.

◇공급 줄었는데 수요는 늘어…연쇄 파장

글로벌 요소 시장은 공급 차질과 수요 확대로 최근 들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요소 수출국인 러시아의 요소 수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제재로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코로나가 끝나며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살아나자 수요는 증가세다. 중량물(重量物)인 요소의 특성상 지역 내에서 수출·수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산 수출이 줄자 유럽에서 공급 부족이 벌어졌고, 중동산이 빈자리를 채웠다. 이 여파로 인도가 평소 수입이 많지 않던 중국산으로 손을 뻗치자, 중국은 자체 단속에 나섰고, 우리나라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앞서 지난 9월 중국 최대 요소 생산·수출업체인 중눙그룹은 “요소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출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후 우려와 달리 국내에선 중국산 요소 수입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봄철을 앞두고 비료용 요소 성수기를 맞아 수출 통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 매체 신화재경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달 “식량 안보와 내년 봄철 경작을 위해 비료 비축이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회의에서 비료업체들은 “비료 시장 공급 보장과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며 “자발적인 수출 중단 등을 해나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재경은 “내년 봄철 요소의 (중국 국내) 공급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이 다시 풀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김성규

◇정부, 다른 나라와 도입 협의 나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사태 발생 직후 산업정책실장을 반장으로 하는 긴급 대응반을 꾸리고, 범부처 회의를 잇달아 열며 대처에 나서고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 외 수입 대체 국가도 접촉하고 있고, 기존 재고 외에 추가 계약분을 더하면 3개월 치를 확보하고 있어 2년 전과 같은 파동은 없겠지만, 가격 변수는 부담이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은 “기업과 공동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갑작스러운 수출 제한으로 다급해진 우리 상황 탓에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다소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물량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사태 발생 직후 베트남에서 5000t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외 국가로 수입선을 옮기는 기업에는 물류비 등 가격 차이를 보전해 주고, 품질 검사를 정부가 대행해 신규 수입처 확보에 따른 추가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결국 국내에선 가격 경쟁력과 민원 등의 문제로 2010년대 초반 포기한 요소 생산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송 및 제조업은 물론 농업까지 필수적인 요소를 언제까지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 요소 공장을 운영하게 되면 공해 문제가 발생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아 가격 경쟁력 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우리는 요소 생산은 경제성이 없다며 포기했지만, 여전히 미국, 일본 등은 자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며 “안보 차원에서 요소 생산 재개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