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울산 도심을 2시간 가까이 혼란에 빠뜨린 정전 사고의 원인이 변전소 설비 문제로 나타나면서 그동안 불안감을 키우던 ‘불량 전기’ 시대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7일 한전은 울산의 대규모 정전 사태와 관련해 “시민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비상 경영 회의를 소집해 앞으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전력 업계에선 한전이 지난 정부 때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한전공대 설립에 한눈팔면서 전력망 투자나 관리를 뒷전으로 미루더니 뒷북 대책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한다.
국내 송·배전망 관리를 책임진 한전은 지난 정부에서 태양광·풍력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에 해마다 수조원을 썼다. 정치권 요구로 설립된 한전공대에는 계열사와 합쳐 올해에만 1000억원을 넘게 출연했다. 전력 수요가 늘면서 송·변전 설비는 해마다 증가하지만, 설비투자비는 2조원대에서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사실상 송·배전 투자를 줄인 셈이다. 한전은 지난 5월 25조원대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일부 전력 시설의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변전소에서 각 가정과 사무실, 음식점 등으로 전기를 보내는 배전 선로 고장에 따른 정전 건수는 2018년 506건에서 2021년 735건, 지난해 933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중순에도 평택·안산·용인·성남 등 경기 남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놀이동산 롤러코스터와 상가, 빌딩의 엘리베이터가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전력망 설비는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고 점검해줘야 한다”며 “다른 예산을 뒤로 미루더라도 보수와 정비에 먼저 자금을 배정하고 집행해 겨울철 전력 성수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