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부회장

7일 SK그룹이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알려진 대로 ‘그룹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선임했다. 지난 7년간 최태원 회장을 보좌해온 핵심 부회장 4인방은 현직에서 물러나지만, 일정 역할을 부여받았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1970년대생 CEO를 전진 배치하고, 신규 임원 승진자를 예년 대비 크게 축소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SK그룹은 올 초부터 SK하이닉스와 지주사 등의 잇따른 투자 실패와 유동성 악화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최태원 회장이 고강도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동안 그룹 내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최창원 부회장을 2인자로 발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생 CEO 전진 배치, 신규 임원 2년 전의 절반

그룹 전체 사업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짜는 지주사 SK㈜ 사장에는 50대인 장용호(59) SK실트론 대표가 선임됐다. 추진력이 강한 M&A(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진 장용호 사장은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돼온 그룹 신사업 투자를 정리하고 내실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수펙스의 투자 기능과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 신사업 발굴 조직을 SK㈜로 일원화한다.

그룹 내 부회장급 자리로 인식되는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박상규(59) SK엔무브 대표가 맡는다. 최태원 회장 비서실장 출신인 박상규 사장은 조용하고 냉철한 전략가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 대표의 단독 체제로 운영된다. 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차세대 먹거리를 총괄하는 ‘AI(인공지능) 인프라’ 담당을 신설해 김주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보임했다. 그룹의 차세대 사업인 SK온 사장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선임됐다. 인텔 출신의 반도체·제조 전문가로 배터리 사업의 흑자 전환이란 과제를 맡았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1970년대생 CEO를 대거 발탁했다. 1975년생인 김양택 SK㈜ 머티리얼즈 CIC 사업 대표, 1970년생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1975년생 류광민 SK넥실리스 사장, 1974년생 장호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이다. SK그룹 내 매출 1조원 이상인 계열사 대표 중 1970년대생은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등 6명이었는데, 10명으로 늘었다. 이 밖에 오종훈 SK에너지 사장, 정재헌 수펙스 거버넌스위원장(사장), 노상구 SK인천석유화학 사장도 승진 보임됐다. 지동섭 SK온 대표는 수펙스 사회적가치위원장으로,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은 SK실트론 사장으로 이동한다.

SK그룹은 이번 ‘2024 인사’에서 신규 부회장은 선임하지 않았다. 신규 임원 승진자도 82명으로 최근 4년 이래 가장 적었다. ‘2023 인사’에서 145명, ‘2022 인사’에선 165명이 신규 임원이었는데, 2년 전 대비 절반에 그쳤다.

신규 임원 중 여성은 8명으로 전년(10명)보다는 줄었지만, 전체 여성 임원 수는 53명으로 전년(50명) 대비 늘었다. 한편, 최태원 회장 장녀인 최윤정(34)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해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부회장 4인방도 일정 역할 맡아

핵심 부회장 4인방 대부분은 대표이사직은 내려놓되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경영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다만 지주사를 맡아오다 계열사로 내려가는 장동현 부회장은 각자 대표이사로 일정 역할을 부여받았다.

조대식 수펙스 의장은 SK㈜ 부회장으로 이동해 대표이사직은 맡지 않지만, 그룹 사업의 전체 포트폴리오 조정을 조언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지만, 부회장 역할을 유지하며 기존 해외 프로젝트 등 해외 네트워크와 경험이 필요한 일을 맡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도 대표이사직은 물러나지만,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인공지능(AI) 사업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은 SK에코플랜트로 이동, 박경일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아 이 회사의 IPO(기업공개) 추진 역할을 맡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부회장들은 그동안 축적된 연륜과 경험, 해외 네트워크 등을 통해 그룹에 기여하는 어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