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수출 부진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수출시장 다변화’는 한국 경제의 필수 생존 전략이 됐다. 한국은행은 이달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우리 경제가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2021년 기준 인구 약 6억6000만명, 국내총생산(GDP) 약 3조6000억달러(약 4750조원)를 기록한 아세안(ASEAN)은 명실상부한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지만. 세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거점 국가 진출에 이어 라오스 등 주변국도 현지화 전략을 세워 아세안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니켈 등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에선 국내 기업의 광물·이차전지·전기차 협력이 이어지고 있고, 베트남 등 국가로는 소비재 수출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더해 수출의 약 20%를 농업이 차지하지만 경지 면적에 비해 농기계가 턱없이 부족한 미얀마에선 농기계 등 장비 사업을, 동남아 지역 중 4세대 이동통신(4G)과 스마트폰 보급(2022년 가입자 약 1억2640만명·보급률 180%)이 가장 좋은 태국에선 모바일 콘텐츠 사업 진출도 확장할 수 있다.
‘제 2의 중동 특수’를 노릴 수 있는 중동 지역 수출 다변화도 필요하다. 여전히 건설 수주가 핵심이고 아시아·북미 등 지역 대비 수출 비중에서 밀리지만, 최근 에너지·방산 분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최대 적자’ 지역에서 ‘전략 수출’ 지역으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올해 10월 중동 국가와는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면서 물꼬도 텄다. 이번 협정 발효 이후 양국은 향후 10년에 걸쳐 품목 수 기준으로 약 90%의 시장을 상호 개방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의 경우, 일본·유럽 등 경쟁국보다 유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는 동유럽 등 지역 공략도 이어지고 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이 가동 중인 폴란드, 헝가리에는 이차전지 원료 소재 수출, 현대차 공장이 있는 튀르키예에는 자동차 부품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