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정세 불안에도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국내 기름값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량 증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 탓에 내년 국제 유가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석유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8일 유가 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에서 팔리는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리터)당 1591.2원으로, 지난 7월 2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휘발유값은 최근 75일 연속 내렸다. 지난해 7월엔 휘발유값이 L당 2100원을 웃돌았다. 이날 경유 가격도 L당 1513.43원으로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았다. 국제금융센터는 “오펙 플러스(+)의 감산에도 미국 주도의 비(非)오펙 공급 증가는 유가 상승 압력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주유소의 모습. 석유공사 유가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18일 오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리터)당 1591.2원으로 지난 7월 2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

내년 유가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많은 금융회사와 에너지 전문 기관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배럴당 80~90달러 선으로 예상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날 열린 ‘2023 석유 콘퍼런스’에서 “오펙 플러스 등 산유국이 유가 부양을 위해 감산하고 있지만, 중국·미국 등 주요국 경기 둔화가 지속되며 석유 수요가 감소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유가 상승을 점쳤던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주요 기관들도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국제 유가 전망을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82.57달러로 전달보다 10.7달러 하향 조정했다. 내년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로 예상했던 골드만삭스는 이달 들어 70~100달러 사이를 오갈 것이라고 유가 전망을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적으로 좋지 않은 금융 상황으로 석유 수요가 둔화하고, 미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 정보 제공 기관인 S&P 글로벌도 지난 10월 내년 유가를 베럴당 93달러(연평균)로 예상했다가 85달러로 낮춰 잡았다. JP모건은 배럴당 83달러, 모건스탠리는 배럴당 85달러로 내년도 유가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