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각) US스틸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브래독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장의 모습. 일본제철이 미국의 3대 철강사인 US스틸을 인수키로 하면서, 일본제철은 미국의 관세 장벽을 넘어 현지에 직접 진출하게 됐다. /AP연합

세계 4위 철강사 일본제철이 미국의 3대 철강사 US스틸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강 업계에선 높아지는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뚫고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지름길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전기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처럼 철강 산업에서도 수요처 현지에 생산 기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일본제철은 지난 18일 141억달러(약 18조3000억원)에 US스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앞서 US스틸 인수를 추진했던 미 철강 회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제시한 72억달러의 2배에 달한다. 일본제철은 “미국은 선진국 최대 시장으로 고급 강재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로 미국 시장 확대에 한계를 느낀 일본제철이 관세장벽이 없는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하기 위한 베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때인 2018년 무역 확장법 232조를 발동, 철강 수입이 자국 경제 안보에 영향을 준다며 철강 제품에 25%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미국 정부와 협상해 얻어낸 쿼터(할당량)만큼만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사장은 특히 공격적으로 인도·미국에 합작 공장을 세우는 등 해외 사업을 확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US스틸의 강성 노조를 통해 미국 정치권에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뿐만 아니라 앞서 전기차·배터리 등 주요 신산업 분야에서도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노골화하자,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해 시장에 진출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무역 확장법뿐 아니라 IRA(인플레 감축법), 반도체법 등을 통해 자국 제조업 부흥을 꾀하자, 프랑스판 IRA가 등장하는 등 너도나도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