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 자산 규모 132조원의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을 놓고 혼탁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차기 회장’에 대한 정권 실세들의 개입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내가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라시’(정보지)를 제작하고 유포한 사람을 찾아달라’며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경찰에 ‘지라시’ 최초 작성 및 유포자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4일 “김 실장의 고발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최근 정재계에는 “김대기 실장이 자신과 친분 있는 모 인사를 포스코 회장에 앉히려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지라시가 급속히 유포됐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포스코 안팎에선 유력 후보의 ‘용산 실세’ 친분설 또는 전 정권과의 유착설, 전직 장관 투입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 인사들의 실명이 직접 거론되는 지라시는 물론 이들의 배후를 적시한 내용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포스코 회장 선임을 두고 민영화 이후 종종 잡음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이런 혼탁은 전례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포스코는 창립 이후 회장에 외부 인사가 온 사례도 김영삼 정부 시절에 고(故) 김만제 회장이 유일했다. 그는 재무 장관,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후 포스코 회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포스코 혁신을 위해 외부 인사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정권 주변 인물을 뒷배경으로 한 인사들의 하마평이 유독 많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철강 산업이 탈탄소, 공급 과잉, 미·중 갈등 같은 어려움 속에서 급속한 합종연횡으로 재편되고 있어 차기 포스코 회장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정우 현 회장이 차기 CEO 후보군에 사실상 합류되면서, 2000년 포스코 민영화 이후 최초로 3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25일 기준 3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3연임 포기’도 선언하지 않고 있어 주변에선 다시 한번 회장 후보군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EO후보추천위는 내년 1월 중순을 목표로 내부 후보군, 헤드헌터와 대주주의 추천 등을 바탕으로 초기 후보군인 ‘롱리스트’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까지 여기엔 포스코홀딩스 사내이사 3명(정기섭 사장, 유병옥·김지용 부사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 5명(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이시우 포스코 사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 자문역 4명(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유성 전 포스코 부사장,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외부 인사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포스코 ‘OB(전직 임원)’들인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 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CEO후보추천위는 1월 말까지 후보군을 5명 정도로 줄인 ‘쇼트리스트’를 공개하고, 2월엔 ‘파이널리스트’(2~3명)를 만든 뒤 이 중 1명을 최종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회장으로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