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경제·산업계가 ‘비즈니스 비자 30일간 면제’ 등 한·중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여러 과제를 한·중 정부에 건의한다. 그동안 냉랭했던 한·중 관계가 민간 경제계 주도로 해빙 무드에 돌입할지 주목된다.
대한상의는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와 지난 20일 서울에서 가진 ‘한·중 경제 고위 인사 대화’에서 교환한 여러 의견을 양국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국무총리실에, CCIEE는 중국 리창 총리에게 건의한다. CCIEE는 중국 대표 싱크탱크 중 하나다. 중국 최대 석유 화학사 시노펙, 중국 최대 제약사 시노팜 등 국영·민영 기업 300여 사가 참여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중 재계 고위급 대화가 최근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는데, 말 잔치로 끝나지 말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재계에선 CCIEE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단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CIEE는 중국 혁명 원로 자제들인 태자당 출신이 주도한 단체로 정부 지침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최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내정자가 “한·중 관계는 한·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다.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대중 외교 기조에 변화 조짐을 보였다.
이날 양측 경제계는 비자 면제뿐 아니라, AI·반도체·전기차 등 유망 산업의 정부 지원, 제약·바이오 분야 상호 인증과 공동 연구 추진, 탄소 중립 기술 협력, 양국 문화 개방 확대 등을 건의하기로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반도체·AI는 미·중 갈등 때문에 민감한 분야지만, 미국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협력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한·중 경제계는 이 외에도 일본 게이단렌까지 참여시킨 ‘한·중·일 재계 고위급 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경제인협회는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을 추진하고, 대한상의는 ‘한·중·일 재계 대화’를 추진 중”이라며 “어느 한쪽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업들이 관계의 균형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