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지난해 공개한 오리지널 프로그램 수가 전년 대비 130여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할리우드 파업으로 제작에 차질을 빚은 데다, 새 수익원 발굴에 나선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같은 경쟁사들로부터 콘텐츠를 수급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8일 블룸버그는 넷플릭스 팬사이트 왓츠온넷플릭스 자료를 인용해 “작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 공개작은 705개로 전년(839개) 대비 16%(134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영화와 시리즈작, 다큐멘터리·스탠드업코미디 모두 작품 편수가 줄었다. 디즈니플러스 등과는 다르게 자체 콘텐츠가 없던 넷플릭스는 초기부터 공격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왔는데 이런 기조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작년 넷플릭스는 다수 프로그램 제작을 취소했다. 마텔사의 인기 어린이 장난감 라인 ‘히맨’을 활용한 실사 영화 ‘마스터즈 오브 더 유니버스’ 제작을 중단했고, 1억3000만달러 예산을 편성했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넷플릭스의 영화 담당 책임자 스콧 스튜버는 작년 11월 한 인터뷰에서 “매년 영화를 50편씩 만드는 대신 앞으론 25~30편 정도만 제작하겠다”고 했다.
경쟁사 콘텐츠 수급 쉬워져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줄어든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할리우드 파업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작가·배우 동반 파업이 벌어지며 콘텐츠 제작에 차질을 빚었고 내년까지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요인으론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 강화가 꼽힌다. 지난해 3분기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전분기 대비 876만명 증가한 2억4715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이던 2020년 2분기(1010만명) 이후 최대다.
재작년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데 이어 작년 계정 공유 단속에 나선 영향이라는 평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 경영진은 당분간은 자체 프로그램 제작을 줄이면서도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고 했다.
경쟁 OTT 업체들의 입지가 약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3~4년 전 대거 등장한 디즈니플러스·맥스·피콕 같은 OTT 경쟁사들은 자사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파는 대신 독점 공개하는 비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로서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늘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OTT 업계 적자가 계속되자 이들 업체도 새 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예컨대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는 지난해 ‘빅뱅 이론’의 스핀오프 작품 ‘영 셸든’을 비롯한 여러 인기 작품을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이전에는 자체 OTT 플랫폼인 맥스에서만 공개했었다.
영화 ‘듄’과 ‘맨오브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같은 워너브라더스 영화도 최근 미국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월트디즈니 역시 조만간 자사가 보유한 ESPN 스포츠 다큐멘터리 ‘30 for 30′ 일부 편을 포함해 여러 프로그램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