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으로 ‘하얀석유’로 불리는 배터리의 주원료 리튬 자원 확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리튬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리튬 수요가 견고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전통 광산업체, 배터리 기업,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석유 메이저까지 리튬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또, 현재 세계 리튬 가공의 70%를 장악한 중국의 ‘리튬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북미, 인도 지역 등에서 리튬 탐사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리튬 등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업계도 ‘리튬 탈(脫)중국’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韓, 북미 광산 확보하고 기술 협력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작년 11월 미국 남부 아칸소주에서 리튬을 채굴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모빌 리튬’이라는 이름으로 2027년부터 배터리용 정제 리튬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2030년 전기차 100만대 분량 리튬 생산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20년 31만t에 불과했던 세계 리튬 연간 수요가 2035년 약 38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 외 공급망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코발트·니켈 등 광물은 남미·아프리카 등 곳곳에 흩어져 매장돼 있으나 중국은 해당 지역 광산을 선점했을 뿐 아니라 가공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LG화학은 작년 국내 기업 최초로 북미산 리튬을 확보했다. 미국 광산업체 피드몬트리튬 지분 약 6%(960억원)를 확보하고, 캐나다 광산에서 생산한 리튬 정광(精鑛)을 연간 5만t씩 4년간 공급받기로 했다. 리튬 약 3만t을 추출할 수 있는 양으로 고성능 전기차 약 50만대 규모다.
아르헨티나 염호, 호주 광산 등 리튬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포스코홀딩스는 캐나다 ‘유전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유전 염수는 석유가 매장된 지층 주변에 존재하는 물로, 리튬 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도 작년 11월 호주 리튬업체 아이오니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네바다주 리튬 광산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이오니어가 광산에 매장된 리튬 클레이(점토)를 공급하면, 에코프로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수산화리튬으로 정제한다는 계획이다.
◇美·인도·이란 모두 “세계 1~2위 규모 리튬 매장”... 옥석 가리기 필요
주요국의 리튬 신규 탐사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캘리포니아주 솔튼호 아래 매장된 리튬 양은 1800만t으로, 전기차 3억7500만대에 탑재할 배터리를 생산하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별개로 네바다주 산맥에 2000만~4000만t 규모 리튬 매장이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로 알려진 볼리비아 염호(2100만t)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다만, 업계에선 대규모 리튬 매장이 추정된다 해도 매장량(Reserve)과 자원량(Resources)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자원량 중 채광(採鑛), 선광(選鑛), 경제성, 환경 등 요소를 반영해 경제적 가치가 확인된 광물이 매장량에 해당한다. 멕시코 정부는 한때 소노라 지역의 리튬 매장량이 2억4300만t이라고 발표했으나, 이후 추출 가능량은 85만t 수준이라고 정정한 바 있다.
인도(590만t 규모 매장 주장), 이란(850만t 매장 추정)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인도네시아도 최근 대규모 리튬 매장지가 발견됐다고 밝혔으나 추정 매장량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매장량 순위는 1위 칠레(930만t), 2위 호주(620만t), 3위 아르헨티나(270만t) 순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광산 자체는 경제성이 있어도 리튬은 가공 과정에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하고, 인근 지역의 물 부족, 수질 오염 문제도 야기된다”며 “이 때문에 현재 중국, 남미 위주로 공급망이 형성돼 있고 미국·캐나다 같은 선진국에선 광산 개발 단계부터 반대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