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내 주요 저비용항공(LCC) 3사는 승객을 약 1000만명씩 실어나르면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역대급 실적을 냈다. 매출 1조원 클럽에 든 LCC는 2사에서 3사(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로 늘었다. 2003년 처음 출범해 현재 9개까지 늘면서 출혈경쟁을 했던 LCC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코로나 엔데믹 효과와 황금 노선인 일본·베트남의 소도시까지 노선을 확대하고 역대급 엔저가 맞물린 영향이 크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 국민의 과도하고 과시적인 해외여행 열풍(熱風)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거품이 꺼지면 LCC 점유율 싸움이 치열했던 2016년 ‘부산~오사카 왕복 항공권’이 적정가의 10분의 1 수준인 2만원에 나왔던 전례처럼 심각한 출혈경쟁이 재현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중·단거리 노선 장악하고, 장거리 노선도 확대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은 연결 기준 2023년 각각 1조6185억원, 1조3155억원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에어는 별도기준으로 1조3348억원이 예상된다. 2018년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1조원 매출을 돌파한 적이 있지만, 티웨이항공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적자를 낸 영업이익도 제주항공(1546억원), 티웨이항공(1532억원), 진에어(1495억원) 모두 흑자 전환했다. 제주항공은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과 수송객 기준으로 ‘국내 2위 항공사’ 경쟁을 벌일 정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LCC 중 승객 수 1위인 제주항공은 2023년 1230만7815명으로 코로나 이전 2019년(1위·1323만명)을 거의 회복했다. 2.5초당 승객 1명을 실어 나른 셈이다. 티웨이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997만명, 990만명을 기록해 창사 이래 역대 최다 승객을 기록했다.
LCC 약진은 공통으로 일본,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 확대가 주효했고, 각사의 차별화 전략도 통했다는 평가다. 고물가, 경기침체 속에서 장거리 노선 대비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지 인기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일본·동남아 노선 중심으로 단거리 운항에 집중하고, 신규 도입 항공기를 리스가 아닌 직접 구매로 전환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티웨이항공은 2022년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347석 규모 대형항공기 ‘A330′ 기종을 도입하고, 호주 시드니, 싱가포르, 몽골 울란바토르 등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했다. 올해 6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도 취항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시드니 노선은 2022년 12월 취항 후 1년간 누적 탑승객 10만5000여 명, 평균 탑승률 88%를 기록하는 등 노선 차별화로 수익이 개선됐다”고 했다. 진에어도 여객 수요 회복과 함께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앞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이후 LCC 통합에 대비하고 있다.
◇가격 인하·점유율 경쟁 불가피
2003년 처음 출범해 지난해 20년을 맞은 LCC는 현재 경영난으로 운항 중지 상태인 플라이강원을 포함해 총 9곳이다. 인구가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인 일본(1억2300만명)의 LCC 8개 기업보다 많다. 그럼에도 코로나 이전까지는 단거리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인 ‘노 재팬’과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로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은 급감했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일부 LCC는 운항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에선 항공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면서 올해부터 LCC의 점유율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출 1조원’ LCC 3사가 3강 구도를 이룬 가운데 시장에 새로 진출한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와 경영난을 딛고 재개한 이스타항공 등 경쟁자는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행 수요가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돼 지난해 유독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지만, 해외여행 붐이 한풀 꺾이고, LCC들이 항공기 도입을 늘릴 경우 또다시 출혈 경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