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화학 기업 OCI그룹과 신약 개발 기업 한미약품그룹이 기업 간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산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12일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지분 약 27%(7703억원)를 인수한다고 12일 공시했다. 이와 동시에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약 10.4%를 취득한다. 인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에 오르고, 임 사장 측은 OCI홀딩스의 개인으로는 1대 주주(10.37%)가 된다.
이에 따라 양쪽 그룹은 조만간 통합지주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OCI홀딩스는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OCI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양 그룹별 현물출자, 신주 발행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를 마치면 두 그룹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된다. 이후 후속 사업조정 등을 거치면서 향후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군을 기반으로 공동 경영을 하게 된다.
OCI그룹은 태양광 소재(OCI), 태양광 발전(OCI 파워) 등이 주요 사업이고, 한미약품그룹은 화장품·건기식(한미사이언스), 제약·바이오(한미약품) 등이 주요 사업 분야다. OCI그룹은 지난 2018년 제약·바이오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OCI 고위 관계자는 “이번 기업 결합을 통해 OCI의 탄탄한 현금 흐름과 한미약품그룹의 연구개발(R&D) 능력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분야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한미약품그룹 측은 향후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내는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는 경영권을 방어하는 차원도 함께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두 그룹 사이의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 구도를 만드는 취지”라며 “상속세를 내려면 일부 지분을 팔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자칫 제3자에 팔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결정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