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형마트들은 11년 만에 이달 넷째 주 일요일인 28일 문을 연다. 대형마트는 월 2회 공유일 휴업을 해야 하는 법에 따라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 휴업해왔는데, 서초구 내 소상공인, 대형마트 등과의 합의를 통해 서초구가 구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같은 주 수요일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간 격주 일요일마다 대형마트가 쉬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서초구가 조례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면서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고 대형마트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집에서 나와 마트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인근 골목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한 주민은 “맞벌이 부부라 주로 주말에 장을 볼 수 있게 돼 편해질 것 같다”며 “그간은 마트가 쉬면 어쩔 수 없이 쿠팡같이 새벽배송을 해주는 곳에서 물건을 배송받았었다”고 했다.
정부는 22일 오전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서울 서초구처럼 전국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대형마트나 기업형수퍼마켓(SSM)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월 2회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해야만 했다. 또 영업하지 않을 때에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었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려면 전통시장 상인 등과 협의를 한 뒤 지자체가 조례를 정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이에 대구시, 청주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만 평일휴일 제도를 시행중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됐지만 격주 일요일이면 크리스마스, 명절 전날 등에도 반드시 쉬어야만 해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평일 쇼핑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국민의 불편이 증가했다.
이 규제가 골목 상권을 보호하는 본취지에도 부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무휴업으로 이득을 본 것은 골목 상권이 아닌 쿠팡,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었던 것이다. 실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2019~2022년 기간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날 대형마트 주변 상권 생활 밀접 업종 매출액은 대형마트 영업일 매출액 대비 1.7% 적었다. 반대로 대구시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후 6개월간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인근 주요 소매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실효성 논란에도 소상공인들이 반발하면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정부가 2022년 규제 개혁 1순위 과제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자 소상공인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는 “골목 상권 소상공인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흔들면 안 된다”며 즉각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가 본격 규제 혁파를 추진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여야간 합의 없이 규제를 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유통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며 “전통시장, 소상공인과 대형마트의 상생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