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의 휴일 운영 안내문. 서울 서초구는 올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했다. 2024.1.22/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형마트들은 11년 만에 이달 넷째 주 일요일인 28일 문을 연다. 대형마트는 월 2회 공유일 휴업을 해야 하는 법에 따라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 휴업해왔는데, 서초구 내 소상공인, 대형마트 등과의 합의를 통해 서초구가 구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같은 주 수요일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간 격주 일요일마다 대형마트가 쉬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서초구가 조례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면서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고 대형마트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집에서 나와 마트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인근 골목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한 주민은 “맞벌이 부부라 주로 주말에 장을 볼 수 있게 돼 편해질 것 같다”며 “그간은 마트가 쉬면 어쩔 수 없이 쿠팡같이 새벽배송을 해주는 곳에서 물건을 배송받았었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정부는 22일 오전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서울 서초구처럼 전국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대형마트나 기업형수퍼마켓(SSM)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월 2회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해야만 했다. 또 영업하지 않을 때에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었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려면 전통시장 상인 등과 협의를 한 뒤 지자체가 조례를 정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이에 대구시, 청주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만 평일휴일 제도를 시행중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됐지만 격주 일요일이면 크리스마스, 명절 전날 등에도 반드시 쉬어야만 해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평일 쇼핑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국민의 불편이 증가했다.

이 규제가 골목 상권을 보호하는 본취지에도 부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무휴업으로 이득을 본 것은 골목 상권이 아닌 쿠팡,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었던 것이다. 실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2019~2022년 기간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날 대형마트 주변 상권 생활 밀접 업종 매출액은 대형마트 영업일 매출액 대비 1.7% 적었다. 반대로 대구시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후 6개월간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인근 주요 소매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실효성 논란에도 소상공인들이 반발하면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정부가 2022년 규제 개혁 1순위 과제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자 소상공인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는 “골목 상권 소상공인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흔들면 안 된다”며 즉각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가 본격 규제 혁파를 추진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여야간 합의 없이 규제를 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유통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며 “전통시장, 소상공인과 대형마트의 상생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