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 확산과 기업승계 증가를 위해서는 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주식 취득, 보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이 운영하는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일조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역할도 크기 때문에 글로벌 수준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주요 기업 건물./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는 29일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공익법인 법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3년 세계기부지수(WGI)’에서 한국의 기부 참여지수는 38점으로, 전체 조사 대상국 142국 가운데 79위에 그쳤다.

보고서는 한국의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 ‘공익법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꼽았다. 공정거래법과 상속세 밎 증여세법에서 공익법인의 주식 취득과 행사 등을 지나치게 규제해 기업의 사회 환원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었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공익법인이 그룹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비판을 막으려는 조치지만, 보고서는 기업들이 공익법인을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등 국가의 과제를 대신 발굴·해결하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전체 주식의 10% 이상(의결권 미행사 규정 시 20% 이상)을 주식 취득의 형태로 출연받으면 초과분에 증여세를 부과한다. 보고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면세 적용 한도가 5% 수준이라 사실상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까지 면세가 인정되고, 의결권 제한도 없다. 일본은 주식 발행 총수의 50%까지 취득할 수 있고 별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최 교수는 “기업들이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면세 한도까지만 공익법인에 출연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 규제를 폐지하고 상증세법 상 주식 취득 면세 한도를 미국 수준인 20%로 확대하는 등 전면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