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짓고 있는 반도체 5공장 건설을 일부 중단했다. 공사업체들에 추가 공사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달 30일 5공장 건설 현장 일부 협력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현장 공사와 관련해 발주처의 사정으로 공사 진행이 중단될 예정”이라며 “공장제작과 부지임대 등 일체의 모든 작업을 금일 기준으로 중지해 달라”고 했다. 추후 작업재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5공장에서는 터파기와 구조물의 뼈대를 박는 파일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현재는 최소 인력을 제외하고 작업을 중단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향후 작업을 위한 신규 인력 채용도 중단한 상태다.
5공장은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내 짓고 있던 신규 생산 시설로, 작년 2월 착공했었다.
평택캠퍼스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칩 설계부터 생산, 후공정까지 모두 아우르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전초기지다.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이곳을 방문해 이재용 회장이 직접 안내를 맡았고, 최근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도 한국을 찾아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평택캠퍼스 85만5000평 부지에 6개의 반도체 공장을 지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허브로 만들 계획이었다. 현재 평택캠퍼스 1, 2, 3공장엔 최첨단 D램,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서 있고 4, 5공장은 현재 공사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공사 중단이 점검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5공장의 경우, 미래 수요 대비해서 부지 정비를 선제적으로 했던 것인데, 잠시 멈춘 상황이다. 공사 전면 중단이 아니라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점검 차원”이라며 “시설 및 R&D에 대한 투자는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불황이 계속되자 삼성전자가 공장 건설과 투자 확대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설비투자 감축 선언 속에서도 ‘투자 감축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설루션(DS) 부문은 작년 4분기 매출 21조6900억원, 영업적자는 2조18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전망치(1조 4000억원 안팎)를 밑도는 저조한 실적이었다. 다만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높은 수준으로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 53조1000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으며, 이중 반도체 분야에 48조4000억원 수준이 집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