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17년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본격적으로 서방 세력의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탈중국’ 흐름은 거세졌다. 다만,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은 줄어드는 반면 수입은 여전히 이어지면서 대책도 요구된다.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미국이 일본·대만·유럽 등 우방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에 나서며 최대 수혜는 일본이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18년 우리 수출의 26.8%를 차지했던 대중(對中) 수출 비율은 지난해 19.7%까지 떨어졌다. 20% 아래로 떨어진 건 2004년(19.6%) 이후 19년 만이다. 수출액은 10년 전 수준인 1248억달러(약 166조원)로 쪼그라들었다.
대중국 수출은 줄어든 반면 수입은 여전히 비율이 높다. 이차전지 소재 등을 중심으로 중국산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한 비율은 22.2%로 2020년(23.3%)과 2021년(22.5%)에 이어 역대 셋째로 높았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수출–수입)도 악화됐다. 한국은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부터 대중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는 180억달러(약 24조원) 적자를 기록하며 31년 만에 첫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의 대중 무역 적자 금액은 사우디아라비아(274억달러), 일본(186억달러)에 이어 셋째로 많았다.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수출 시장을 확보하고 대중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선 멕시코와 베트남, 인도, 폴란드 등 각 대륙의 거점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수입처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해 대미 수출액이 사상 최대인 20조2688억엔(약 181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혜택를 얻고 있다. 대중 수출이 1조엔 넘게 줄었지만, 대미 수출 증가액이 이를 채우고도 남았다. 대만 TSMC가 일본 규슈에 반도체 공장 신·증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2031년이 되면 일본의 반도체 자급률은 2022년의 8.4배인 44%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