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 장소로 말레이시아 배터리 공장을 선택했다. 앞서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다음 날인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했었다.
삼성 관계자는 12일 “이 회장은 중동에서 비즈니스 미팅이 있었지만, 애초 이번 출장은 말레이시아 배터리 사업 현장을 찾아 점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6년 갤럭시 노트 7 화재 사건 이후 배터리 사업에서 ‘숨 고르기’를 해왔지만, 최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설 연휴던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2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한 뒤, 기존 1공장의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설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 못한 삼성SDI 임직원과 식사도 함께했다. 이날 출장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동행했다.
1991년 설립된 삼성SDI 말레이시아 배터리 1공장은 브라운관을 제조하다 2012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2022년부터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2공장은 올해 하반기 ‘프라이맥스(PRiMX) 21700′으로 불리는 차세대 원형 배터리를 양산하게 된다. 지름 21㎜, 높이 70㎜ 규격의 이 배터리는 전기차·전동공구·전동 킥보드 등 다양한 제품에 들어간다. 상당량이 리비안, 루시드모터스 같은 전기차 업체에 공급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갤럭시 노트 7 화재 사건 이후, 배터리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이었지만, 그동안 상당한 기술 향상이 이뤄지자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지만, 2025년 이후 성장세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