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발목 잡는 세금 문제의 흑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8년 증여세 폭탄을 맞은 수원교차로 창업주 고(故) 황필상 박사의 기부 건이다.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황씨는 2003년 회사(수원교차로) 주식 90%(약 180억원)와 현금 등 210억원을 아주대와 공동 설립한 장학 재단에 기부해 대학생 1000명을 지원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2008년 이 재단에 증여세 100억원에 가산세 40억원을 보태 세금 140억여 원을 부과했다. 공익 법인에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넘게 기부하면 초과분에 대해 최고 60%까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 규정은 재단을 만들고 주식을 넘기는 편법 상속을 막기 위한 취지였는데 황씨 기부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황씨는 세금을 못 내 집까지 압류당했고, 가산세가 늘어 내야 할 부담은 225억원까지 늘었다. 2009년 장학 재단이 제기한 소송은 2017년에야 대법원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은 “경제력 세습과 무관하게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에도 거액 증여세를 매기는 일은 부당하다”며 애초 부과한 증여세 140억여 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백범(白凡) 김구 선생의 자손들도 한국을 알리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 등 해외 대학에 약 42억원을 기부했다가 ‘세금 폭탄’을 맞았다.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故)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2006년부터 10여 년간 해외 대학에 장학금, 한국학 강좌 개설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김 전 총장 별세 후 2018년 자녀들에게 상속·증여세 27억원을 부과했다. 공익 법인에 출연하거나 기부한 재산은 상속·증여세 감면 규정이 있지만 해외 소재 공익 법인은 일괄 제외됐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 심판 끝에 세금은 13억원으로 주는 데 그쳤다.
국내 최대 장학 재단인 관정이종환재단은 2020년 장학생들에게 ‘장학금 지연 사과 편지’를 썼다. 재단은 호텔 경영 수입, 부동산 임대 수입을 장학 재원으로 해왔는데 법 개정으로 지역자원시설세 등 감면 대상에서 빠져 관련 세금이 매년 8억원씩 더 늘었다. 당시 의료·복지법인은 감면 혜택이 유지된 반면 학술단체·공익법인은 빠져 형평성 논란도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