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2022년 말 출범한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스튜디오엑스플러스유’는 이달 초부터 웹소설 ‘밤이 되었습니다’를 모바일 플랫폼(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고 있다. 작년 12월 공개한 같은 제목의 드라마를 소설로 만들어 IP(지식재산권) 활용 사업에 나선 것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이 드라마를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라쿠텐 비키, 일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에 판매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 유통, IP 사업을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켜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통신 3사가 콘텐츠 제작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전에는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IPTV(인터넷TV) 같은 서비스 가입자를 유인하는 ‘미끼’로 썼다면, 최근에는 콘텐츠 자체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웹소설·웹툰·음악·캐릭터 등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하거나 국내외 OTT에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외부 영상 콘텐츠를 단순히 자사 가입자에게 실어나르는 게 아니라 직접 콘텐츠 제작사로 나서서 정체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돈 버는 콘텐츠 만든다

콘텐츠 제작 경쟁에서 먼저 치고 나간 건 KT다. KT의 콘텐츠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해에만 매출 2214억원을 올렸다. 2021년 출범 첫해 118억원이던 매출이 이듬해 1015억원으로 늘었고, 작년 다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재작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크게 인기를 끌었고, 작년엔 ‘마당이 있는 집’ 등 14개의 예능·드라마를 제작하며 매출이 급증했다. KT 관계자는 “작년 드라마 ‘낮에 뜨는 달’이 다수 글로벌 OTT 플랫폼에 팔리는 등 해외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작년부터 자체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 ENM 출신의 이덕재 CCO(최고콘텐츠책임자)를 영입하고서 ‘아워게임: LG트윈스’ ‘하이쿠키’ ‘맨인유럽’ 등 10개 넘는 예능·드라마를 제작했다. 특히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 프로그램 형식과 차별되는 30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IPTV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에서 콘텐츠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투자를 이어가는 ‘뽀로로 시리즈’로 재미를 보고 있다. 뽀로로 시리즈 일부를 VOD(주문형 비디오) 형태로 IPTV에서 독점 공개하고 있을뿐더러, 투자 수익도 쏠쏠하게 거두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작년 4분기까지 투자 대비 원금 회수율이 500%에 달한다”고 했다. SK텔레콤의 경우 경기도 성남에 VFX(시각 특수 효과) 콘텐츠 제작 공간을 구축해 다른 업체에 대여해주는 방식으로도 수익을 내고 있다.

◇해외 판매·IP 사업으로 수익 극대화

통신 3사가 콘텐츠 사업을 확장하는 배경엔 이미 구축해 놓은 자사 통신망·플랫폼 자체가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3사 모두 유료 방송(IPTV·케이블TV)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ENA·채널S 같은 자체 채널도 갖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해 판매할 수 있는 기본적인 유통망이 있어 일반 제작사보다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덜한 셈이다.

콘텐츠를 통해 자체 플랫폼 이용자를 늘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드라마 ‘하이쿠키’는 처음엔 넷플릭스에서 보는 시청자가 많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음 회차를 미리 공개하는 ‘U+모바일tv’에서 보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이른바 ‘K콘텐츠’ 영향력이 커진 덕분에 해외 판매로 수익을 올리기도 쉬워졌다. 하나의 콘텐츠를 영상·음악·소설·굿즈(상품) 등 다양한 형태로 바꿔 활용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보편화하면서 부가가치도 극대화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그룹 산하의 스튜디오지니, 밀리의서재(전자책), 지니뮤직(음원), 스토리위즈(웹소설·웹툰)가 함께 공모전을 여는 등 공동으로 다양한 콘텐츠 IP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