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타이거펀드-SK텔레콤, 2003년 소버린-SK그룹, 2005년 칼 아이칸-KT&G, 2015~2018년 엘리엇-삼성·현대차그룹 등 외국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기업 경영권 개입은 꾸준히 있었다. ‘사외이사제 도입 등 기업의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주주 환원 제고’ 등 긍정적 효과와 ‘경영권 위협 후 지분을 매각한 시세 차익이 목적’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이어졌다.
1999년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SKT) 지분(6.6%)을 확보한 뒤 적대적 인수 합병(M&A)을 예고했다. 당시 SK그룹이 보유한 SKT 지분은 21% 불과해, 2대 주주 KT(19%)와 연합하면 경영권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타이거펀드의 사외이사제 도입 요구 등을 일부 수용하면서 경영권 방어에만 약 2조원을 투입했다. 타이거펀드는 이듬해 SK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하고 약 6300억원 시세 차익을 챙겨 떠났다. 타이거펀드의 ‘판정승’이란 평가였다.
2018년 현대차그룹과 엘리엇 간의 사례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 제도 확대로 기업 측이 반격에 나서 성공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한 사례다. 그해 4월 헤지펀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대해 자사주 소각, 배당률 40~50%로 상향 조정 등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1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14년 만에 자사주 소각이었다. 이후 2019년 주총에서 주요 주주들이 ‘8조원대 고배당 등 엘리엇의 요구는 무리’라며 현대차그룹 편에 섰다. 이후 엘리엇은 손해를 보고 철수했다.
그 밖에 2003년에는 또 다른 헤지펀드 소버린이 SK그룹 경영에 개입했던 사례나 2004년 삼성물산에 대한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 위협, 2005년 KT&G에 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칼 아이칸 공격 등은 경영권 위협 후 시세 차익을 챙긴 ‘먹튀’라는 논란을 남겼다.
이후 국내에서도 2018년 강성부펀드(KCGI) 출범과 함께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확대됐다. 이들은 “기업이 그릇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제3자가 시어머니처럼 한마디씩 해주는 것, 행동주의 펀드의 순기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