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1만5800명 규모의 통합 노조인 ‘삼성그룹 초(超)기업 노동조합’이 19일 출범했다. 기존의 다른 노조와 달리 정치색을 배제하고, 근로 환경 개선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 후 삼성 내에서 노조 활동이 늘고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인데, 일부에서는 삼성 내에서도 ‘노조 리스크’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에서 노조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2.19/연합뉴스

삼성 초기업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콘퍼런스홀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삼성전자 DX(스마트폰·TV·가전) 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해상보험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참여한 1만5800명 규모이다. 추가 합류 의사를 밝힌 삼성전기 존중노조가 5월쯤 동참하면 5개 노조, 1만7900명 규모로 확대된다. 이전 삼성 관계사 노조 중 최대 규모는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의 1만7000명이다. 노조는 조직 대상(가입 범위)을 특정 기업으로 한정하는지에 따라 ‘초기업 노조’와 ‘기업별 노조’로 나뉘는데 초기업 노조는 특정 기업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초기업 노조는 출범식에서 “그동안 그룹 또는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라는 이름으로 각 계열사의 업황, 인력 구조, 사업 이익과 별개로 획일적으로 통제받는 지금의 불합리한 노사 관계에서 탈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홍광흠 초기업 노조 총위원장은 “삼성의 임금은 계열사 실정이 반영되지 않고 가이드라인의 통제를 받아왔다”며 “그룹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개별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 요구 사항”이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쓰고도 삼성전자를 기준으로 한 그룹 가이드라인 탓에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초기업 노조는 “철저히 정치색을 배제하고 오롯이 삼성 근로자의 경제적 이익, 삶과 업의 균형, 건강한 근로 조건 수립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홍 위원장은 “(과거 다른 노조처럼) 삼성 불매운동을 한다든지 우리가 몸담은 회사를 망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우리도 회사가 잘돼야 잘살 수 있는 사람들, 직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