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약 26조원, 재계 31위 효성그룹이 그룹 내 지주사를 추가로 신설하고 형제간 분할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2018년 주식회사 효성을 지주사로 하는 현재 경영 체제를 꾸린 지 6년 만으로, ‘형제 공동 경영’을 이어온 효성 조현준(56) 회장과 조현상(53)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을 나눠 경영하게 된다. 조 회장은 조석래(89) 명예회장의 장남, 조 부회장은 3남이다.
지주사 효성은 23일 이사회에서 효성첨단소재 등 계열사 6사를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존속 법인이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물적(物的) 분할이 아니라 존속법인 주주들이 일정 비율로 신설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인적(人的) 분할 방식을 택했다.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쳐 7월 1일자로 재편될 예정이다. 기존 지주사 효성은 조 회장이 그대로 대표를 맡고, 신설 지주사는 조 부회장이 대표를 맡게 된다. 자산은 존속지주 0.82대 신설지주 0.18 비율로 분할된다. 이후 두 형제가 독자 경영하던 계열사를 포함해 54개 계열사가 이후 재편된다.
재계에선 “향후 경영권 분쟁을 막기 위해 두 형제가 기존 주도하던 사업 분야 위주로 명확하게 분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기업집단 시스템과 상속 제도가 맞물려 그간 주요 기업에서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빈번했다. 때문에 조석래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이례적으로 후계 경영 구도를 정리했다는 평가다.
섬유·화학이 모태인 효성그룹 계열사는 섬유·무역, 중공업·건설, 산업자재, 화학, 정보통신으로 나뉜다. 형제간 계열분리는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됐다. 둘의 주력 사업 분야가 달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섬유PG(Perfomance Group)장, 무역PG장, 정보통신PG장을 지냈고, 조 부회장은 화학PG CMO(최고마케팅책임자)와 산업자재 PG장을 지냈다. 지주사 효성의 지분은 조 회장(21.94%), 조 부회장(21.42%)이 큰 차이가 없지만, 계열사 지분은 각자 주력 사업영역을 더 보유했다.
이날 결정으로 각 지주사는 새 이사진을 꾸려 독립경영에 나선다. 존속지주사인 효성은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등 주력 자회사 혁신과 신성장동력 육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2017년 회장 취임 후 세계 1위 제품인 스판덱스 사업을 확대하고 친환경 섬유 시장에서도 성과를 냈다. 존속지주 산하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약 19조원으로 추산된다.
신설지주는 효성첨단소재를 주축으로 글로벌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글로벌 점유율 1위 타이어코드, 점유율 2위 수소에너지용 탄소섬유, 방산 소재인 아라미드 등 세계 시장 3위 이내 제품 1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조 부회장이 기존 독립 경영하고 있던 모빌리티 사업을 포함하면 신설지주 매출 규모는 약 7조원에 달한다.
효성그룹은 “지주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목표로 한다”며 “사업분야와 관리체계를 전문화하고 적재적소에 인적·물적 자원을 배분해 경영 효율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