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한울 3·4호기 공사가 본격화되고, 해외 원전 수출 계약도 나오는 6~7월에는 직원을 21명에서 40~50명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부품·설비업체 원비두기술의 박봉규 대표는 25일 전화 통화에서 “6월에 발표될 체코 (두코바니) 원전 입찰 결과에 기대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주기기와 보조기기 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 정부 탈원전으로 일감이 없어져 경영난을 겪었고, 2020년엔 직원이 14명으로 급감했다. 최근 원전 생태계에 온기가 돌며 21명까지 늘렸고, 향후 추가 채용에 나서는 것이다. 박 대표는 “순환 휴직도 6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최근 신입 직원도 뽑았다”며 “반도체 같은 경쟁 업종에 인력을 뺏기지 않으려면 3~4월부터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정부 이후 잇따른 수주 낭보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4기 수주 이후 2022년까지 13년 동안 멈췄던 원전 수출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원전에 다시 주목했고, 지난 정부 ‘탈(脫)원전 정책’이 공식 폐기된 덕이었다. 1971년 고리 1호기 착공을 시작으로 50여년간 원전을 지어온 우리 원전 산업의 기술력이 다시 빛을 발할 기회를 맞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2년 8월 3조원(25억달러)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시작으로 해마다 조 단위 원전 수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루마니아에선 삼중수소 제거 설비 계약(2600억원)을 따냈고, 같은 해 10월엔 1조원 규모 체르나보다 원전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이번 현대건설의 불가리아 원전 시공까지 더하면 최대 14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2~4기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폴란드(퐁트누프 프로젝트)와는 2022년 10월 협력의향서(LOI)를 맺었다. 오는 6월에는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체코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하며 프랑스 EDF와 우리나라 한수원의 2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애초 1기에서 최대 4기까지로 발주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백식 한국원자력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 잇따른 수주 행진은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과 운영 능력을 여전히 인정받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국내 원전 건설과 함께 생태계 회복 기대
지난 정부에서 공사가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가 올해 착공에 들어가고, 한국형 원전 수출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수조원에 이르는 일감이 차례로 쏟아지며 벼랑 끝으로 몰렸던 국내 원전 생태계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대 들어 세계 원전 시장을 주름잡던 러시아와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제재와 미국의 견제로 발목이 잡힌 것도 우리 원전 업계에는 호재다.
국내 기자재 업체들 사이에서 인력 확충과 기술 확보 경쟁이 시작되면서 원전 생태계에는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 2022년 8월 한수원이 계약한 이집트 엘다바 사업은 지난해 말 업체들로부터 입찰서를 받고, 기술 평가가 진행 중이다. 루마니아 사업 또한 계약 체결이 진행 중이다. 기자재 업체들로서는 미래에 과실을 얻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당장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지속적으로 일감이 공급된다면 투자를 확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 때 탈원전 여파로 국내 원전 생태계가 상당 부분 취약해진 점은 우려 요소로 꼽힌다. 원전 기술자들의 해외 업체 이직과 원자력 관련 학과 신입생 미달 같은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원전 르네상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실장은 “수주는 물론 기업들의 인력 확보를 돕고,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