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우리나라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수출-수입)도 9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올 들어 우리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수출이 전년보다 4.8% 증가한 524억달러(약 70조원)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역대 2월 중 둘째로 많은 수출액이다. 반도체 수출은 99억달러로 66.7% 급증했다. 2017년 10월(69.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올 2월엔 설 연휴로 조업 일수가 작년보다 적었고, 중국 춘절 연휴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2월 수입은 13.1% 감소한 481억달러다. 무역수지는 4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 무역수지(2억4000만달러)는 17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래픽=박상훈

올 들어 우리 수출은 작년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한 대미(對美) 수출과 자동차가 여전히 탄탄하고,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가 뚜렷한 회복세다. 대중 수출도 바닥을 찍고 살아나는 모습이다.

정부가 세운 올해 수출 목표는 사상 최대인 7000억달러다. 작년보다 10.7% 증가한 것이고,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썼던 2022년(6836억달러)보다는 2.4% 많다.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보릿고개로 통하는 1~2월이 특히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2022년 1월엔 51억달러 무역 적자를 냈고, 2020년 1월엔 수출이 6.6% 감소했다. 2015~2016년, 2019년 1~2월 수출은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올해 1~2월 수출 실적은 전년보다 11.2% 증가해 기대 이상 성적을 냈다. 두 달만 놓고 보면 올해 수출 목표는 순항 중이다. 특히 올 1~2월엔 우리나라 3대 수출지역(중국·미국·아세안)과 3대 수출품목(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이 동시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올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60% 이상 증가, 2월 기준으로 최대인 미국 수출액, 대중 무역수지 흑자 전환은 큰 성과”라며 “7000억달러라는 도전적 수출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1~2월, 수출 3大 품목·시장 모두 플러스

반도체를 비롯한 3대 수출 품목과 중국·미국·아세안 등 3대 수출 지역에서 1~2월 수출은 모두 플러스를 나타냈다.

지난해 16.6% 감소했던 수출 1위 반도체는 올 들어 1월(56.2%)과 2월(66.7%) 크게 반등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이고, 올 들어 두 달 동안 61.4% 급증했다. 자동차도 2월엔 설 연휴 휴무와 일부 업체의 생산라인 정비로 7.8% 감소했지만, 1~2월을 놓고 보면 7.6% 증가한 114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반기계와 수출 3위 자리를 다투는 석유 제품(휘발유·경유)도 1~2월 기준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3.7%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는 물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 SSD(대용량 저장장치), 스마트폰 등 IT 제품이 수요 회복과 함께 수출이 늘고 있다”며 “일반 기계·선박과 같은 다른 수출 주력 품목도 각각 11개월, 7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지역별로 미국 수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대중 수출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작년 12월 대미 수출이 20년 만에 중국을 앞섰고, 올 1월엔 다시 중국이, 2월엔 미국이 앞섰다. 1~2월을 놓고 보면 대중 수출은 6.5% 증가한 203억달러, 대미 수출은 17.5% 늘어난 200억달러로 3억달러 차이에 불과하다.

◇대중 무역, U자형 반등 기대

겨울철 무역 적자의 원인으로 꼽혔던 에너지 수입이 급감하며 전체 수입액은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수입 감소세는 작년 3월부터 12개월 연속이다. 국제가격이 급락하며 가스(-48.6%), 석탄(-17.3%) 등을 중심으로 2월 3대 에너지 수입은 21.2% 감소한 120억달러에 그쳤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수입이 줄면서 무역 흑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대외 악재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수출이 늘면서 수출 플러스, 무역 흑자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7000억달러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중 수출 회복세가 좀 더 확실해지고, 새로운 수출 시장과 품목 발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 수출의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U자 회복이 되도록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