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에 맞춰 기업에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선택권을 부여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4일 ‘고령화 시대 기업의 전략적 인사관리 방안’을 주제로 발간한 <임금·HR 연구 2024년 상반기호>에서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주수 머서코리아 부사장은 급속한 고령화가 경영 전반에 걸쳐 전례없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사장은 ”고령화는 채용에서부터 보상시스템, 일하는 방식, 업무구조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업 HR(인사관리) 전략의 선제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 고용을 위한 업스킬(Up-Skill·숙련도를 높이는 것), 외부 인재를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채용 등을 고령화 대응 전략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보상 시스템과 기업 분위기도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애리 콘페리 상무는 “고령 인력의 계속 고용과 적정한 보상을 위해서는 기존의 연공적 성격에서 벗어나 역할과 성과를 기반으로 처우를 결정하는 보상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시대에 맞춰 연령주의와 위계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상호존중하는 분위기를 갖춰야 조직의 혁신과 활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철강업계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일본은 1994년 법적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이후 법적 정년을 연장하기보다 기업에 계속고용, 정년연장, 정년 폐지 등 선택권을 부여했다”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기업과 고령자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상훈 TCC스틸 이사는 “철강업계를 포함한 제조업의 고령화로 산업 전반에 걸친 세대 간 숙련기술 이전이 중요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고령 인력의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연공성 축소와 숙련 기술 전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했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60세 이후 계속 고용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많다”며 “계속 고용 입법을 서두르기보다는 기업이 임금체계 개편 등 고령자 계속 고용을 위한 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