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17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관련 소재 가격이 내려가고, 수입액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됐다. 다만, 전기차 관련 품목의 수입 감소에도 리튬 같은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96억5100만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지만, 수입(94억1000만 달러)이 14.7% 급감하면서 흑자를 냈다. 이런 중국 무역수지 개선의 주요 원인으로 전기차 시장 위축이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며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인 광물 가격이 급락하고, 배터리 완제품 수입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작년 3월 1㎏당 313.5위안(약 5만8000원)이던 리튬 가격은 올해 1~2월 80위안대로 급락했다. 망간 역시 지난해 3월 대비 25% 급감했다.

올해 1월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액은 1억6432만달러(약 2187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1% 급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양극재 제조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을 거의 전량 수입하는데 중국산 비중이 80%를 웃돈다. 탄산리튬 수입은 96%, 양극재용 전구체 수입도 13.9% 감소했다. 여기에다 작년 10월 중국이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흑연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천연흑연 수입액은 99.8%, 인조흑연도 63.7% 급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수산화리튬 등 주요 광물 단가가 내리면서 수입액이 감소했고,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유럽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면서 국내 생산 물량 비중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핵심 광물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는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천연흑연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2021년 90%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97.9%로 더 올라갔다. 산업연구원은 6일 ‘핵심광물 자원의 공급망 구축 방안’ 보고서를 통해 “경제안보 강화 차원에서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펴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