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위, 글로벌 4위 배터리 제조기업 파나소닉이 미국 현지 생산공장에 40억달러(약 5조2500억원)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을 겪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캐즘 이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세계 최초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파나소닉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글로벌 1위였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등 중대형 배터리에서 중국(CATL)과 한국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지금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4위(7~8%)에 머무르고 있다.
13일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미국 캔자스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에 4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생산 라인 증설을 검토 중이다. 기존 투자 규모(40억달러)와 맞먹는 추가 투자다. 연초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를 고려해 미국 신공장 계획은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업계에선 최근 본격화한 원통형 ‘4680(지름 46㎜·높이 80㎜) 배터리’ 경쟁 때문 영향으로 보고 있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대비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까지 개선된 차세대 배터리다. 그간 전기차 배터리는 각형, 파우치형이 주류였지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테슬라가 작년 말 4680 배터리를 탑재한 신차 ‘사이버트럭’까지 출시하면서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다. 테슬라도 4680 직접 생산에 나섰지만, 현재 수율이 낮아 배터리 협력사를 찾고 있다. 파나소닉 입장에선 2~3년 후 원통형 시장이 본격 성장한다면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 올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주요 배터리·소재 기업들도 캐즘 이후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새 제품 양산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LG엔솔은 ‘이르면 8월 4680 배터리 양산’을 공식화했고, 삼성SDI도 지름은 46㎜로 같으면서도 높이는 80~120㎜로 다양화한 원통형 배터리 시리즈를 내년 초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의 김준형 친환경미래소재 총괄도 최근 “캐즘 상황이지만 아직 양극재 주문이 줄고 있지 않다”며 “투자는 2~3년 후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사장도 “올 연말까지 시장이 힘들겠지만 투자는 계속 이뤄지고, (양극재 사업은)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