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회사채와 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13조원 늘어나며 90조원에 육박했다. 한전과 자회사들은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4조4000억원을 지급했다. 하루로 따지면 122억원씩 갚은 셈이다./뉴스1

해마다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며 국민 근심거리가 된 한전에서 지난해 1년 동안에만 늘어난 차입금과 사채만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200조원을 웃도는 가운데 차입금과 회사채 규모만 90조원으로 집계됐다.

19일 한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장기회사채 54조7180억원을 포함해 연말 기준 회사채와 차입금 합계액이 89조5599억원에 달한다. 한 해 전 76조 8478억원과 비교해 6.5%, 약 13조원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한전은 지난해 요금 인상과 석유·가스 등 연료비 하락에 따라 적자를 크게 줄이며, 매출 88조원, 영업적자 4조5416억원을 나타냈다. 한 해 전의 매출 71조원, 영업적자 32조6552억원에 비해선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빚이 더 늘어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전이 지난해 지급한 이자비용은 2조8269억원,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는 4조4517억원에 달했다. 한전과 자회사들이 매일 이자 상환에만 122억원을 쏟아 부은 셈이다.

한 해 이자로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쓰는 상황에서 경영 회복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기준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8위였던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4조8500억원, 9위를 나타낸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규모는 3조9173억원이었다. 한전과 계열사들은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상위 10위에 이르는 금액을 이자를 갚는 데만 쓰는 셈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회사채와 차입금은 35조원에 이른다. 현재 상황에서는 다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단기차입을 통해 연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송배전망 건설 등 신규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전의 부실한 재무구조는 국내 전력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