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대 그룹 계열사 두 곳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사외이사가 8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CXO연구소가 20일 대기업집단 중 공정 자산 기준 상위 50개 그룹이 지난해 5월 공개한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대주주와 사내 경영진을 감시·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과도한 혜택을 받으며 거수기 역할을 하고, 다양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본지가 기업 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와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시가 총액 100대 기업 이사회를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중 학계 인사 비율은 40%를 넘었다. 전직 관료와 판·검사 등 법조계 출신까지 합친 이른바 ‘법·학·관’은 3분의 2를 넘었다.

법무장관 출신인 A씨는 로펌 대표 변호사를 하며 호텔 기업과 정유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사립대 총장을 지낸 B씨는 항공사와 물류회사 두 곳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술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에 도움이 돼야 하는 사외이사가 자기 전공은 물론 업종이 전혀 다른 기업에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복수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감시와 견제 능력이 없는 일부 인사들이 여러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는 게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기준 국내 50대 그룹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는 중복을 포함해 1218명으로 집계됐다. SK그룹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가 98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74명), 롯데(70명), 삼성(66명), 한화(47명), 카카오(46명), 현대백화점(44명), LG(38명), CJ(34명), HD현대·LS(각 31명) 등도 사외이사가 많은 편에 속했다.

이번에 조사된 사외이사 1218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6%(628명)는 올해 주총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31.8%(387명), 2026년 임기 만료 사외이사는 16.7%(203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