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수년째 계속돼온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31.3%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지난 2020년 때(점유율 38.1%)보다는 약 7%포인트가 줄긴 했지만, 2022년 때(점유율 31.6%)와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통신장비 기업 가운데 점유율 30%대를 기록한 곳은 화웨이가 유일했다.
그 다음 2위는 점유율 24.3%인 스웨덴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에게 돌아갔고, 핀란드의 노키아는 점유율 19.5%로 3위를 차지했다. 이들 ‘톱3′ 통신장비 업체의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75.5%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 ZTE는 점유율 13.9%로 4위였고, 우리나라 삼성전자는 6.1%로 5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전년(7.5%) 대비 1.4% 포인트 줄었다. 외신과 통신업계 등에선 “화웨이가 중국 시장 안에서 계속 이어지는 통신장비 수요 때문에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에만 310만개의 5G 기지국을 설치했다. 이는 2018년(18만개) 대비 17배 넘게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이 뿐 아니라 중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 중에서 가성비 좋은 화웨이 장비를 선호하는 것 역시 화웨이의 선전 원인이란 지적이다.
그동안 미국이 지난 트럼프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반(反) 화웨이’ 전선을 구축하면서, 이에 동조한 유럽 국가들이 화웨이 통신장비의 사용 중단과 이를 교체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현지 매체인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부분이 화웨이나 ZTE 등을 배제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27국 중 10국만 이를 따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제재에 동참한 10국도 기존 화웨이 장비 철거 작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테크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5G 통신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데, 기존에 설치된 장비를 철거하고 다시 새로운 장비를 깔아야 하는 작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