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미국 항공 기체 제조사인 조비에비에이션과 손잡고 ‘하늘을 나는 차’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UAM은 전 세계 수백개 업체가 도전하고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그만큼 시시각각 바뀌는 기술 흐름과 동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SK텔레콤 UAM 사업팀은 작년 말부터 매일 아침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나온 UAM 관련 기사 요약본을 이메일로 보고받고 있다. AI가 이를 자동으로 검색해 번역·요약까지 해주는 덕이다. 이 사업팀 관계자는 “예전엔 매일 정리할 엄두를 못 냈지만 지금은 빠르게 동향을 파악할 수 있어 사업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회사 자금팀도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사내에서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잘못 썼는데 어떻게 하느냐” “한도를 늘리고 싶다” 같은 단순 질문이 하루에 20~30건씩 들어왔는데, 이를 AI 직원 ‘나법카’에게 처리토록 했다. 사내 직원들이 부서 메신저에 나법카 사원을 검색해 문의하면 자동으로 답변해준다. SK텔레콤엔 나법카뿐만 아니라 보도자료 초안을 만들어주는 나피알(PR) 사원, 여론조사 가상 번호 업무를 맡는 송사업 사원까지 20여 명의 AI 직원이 일한다.
요즘 기업에선 AI가 회의록을 작성하고 시장 동향 파악부터 마케팅 제안까지 맡는다. 챗GPT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직원 각자가 알아서 AI를 활용하던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마다 자체 업무 보조 AI를 도입해 보안을 강화하고, 자사 정보를 학습시켜 기업 맞춤형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내 회의 내용 분석부터 마케팅 문구까지
동원그룹은 지난달 오픈 AI의 거대언어모델(LLM) ‘GPT-4′에 그룹 내부 문서를 연동한 ‘동원GPT’를 도입했다. 일반 챗GPT와 다르게 사내망에서만 작동하고 입력한 정보가 외부 AI 훈련에 쓰이지 않도록 해 정보 유출 우려를 없앴다. 현재 외국 선원을 위한 언어별 안전 교육 자료 제작, 회의록 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다. 동원 관계자는 “우편번호 검증 자동화나 PPT 제안서 작성 등 부서마다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부터 자체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를 사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사무직에선 이메일 작성, 문서 요약, 번역 등에 주로 사용하고, 개발 영역에선 코딩을 짜는 데 주로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AI 카피라이터를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이 3년간 사용해온 광고 카피 등 데이터 1만여 건을 학습시켰다. 회사 측은 “이전엔 1차 광고 문구를 만들기까지 2주 정도 걸렸지만 루이스를 활용하면서 3~4시간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업무를 할 때 일일이 담당자를 찾아야 했던 번거로움도 AI가 없애주고 있다. LG CNS는 작년 10월 업무를 하며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채팅창에 물어보면 생성형 AI가 외부·사내 데이터를 분석해 곧바로 답변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궁금증이 생겼을 때 담당자를 찾거나 사내 시스템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있다.
◇기업마다 맞춤형 강조한 AI비서 속속
업무 보조용 AI 수요 증가에 IT 서비스 업체들도 거대언어모델(LLM)과 기업 내부 시스템을 연결한 맞춤형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예컨대 “결산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하면 기업 데이터를 분석해 내부에서 쓰는 양식에 맞춰 보고서를 만들어주면서, 국내외 경제 상황 등 분석을 위해 외부 데이터도 활용한다.
SK C&C는 지난달 기업용 AI 설루션 ‘솔루어’를 출시했다. 솔루어에서 제공하는 AI 채팅 서비스 마이챗은 재무 정보나 시장 동향 파악, 보고서 작성·요약, 번역 등을 돕는다. 코딩, 인사, 재무·회계, 법무, 마케팅 등 직무별로 특화된 AI 서비스도 제공한다. LG CNS도 작년 10월 문서 요약부터 상품 추천·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업용 플랫폼 ‘DAP GenAI’를 내놨다.
삼성SDS는 생성형AI 서비스 패브릭스와 브리티 코파일럿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내에서 브리티 코파일럿을 사용해보니 회의록 작성 시간이 75% 줄었고 메일 확인·작성 시간은 66%, 메신저 대화 요약 시간은 50% 감소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지난 1월 마케팅 상품 설명서 등 업무별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작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AI 마켓’을 출시했다. 현재 200여 기업이 무료 체험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