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본지가 CXO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업종별 매출 상위 기업 120사의 직원(사원~부장)과 임원(상무·전무 등 미등기 임원) 연봉을 분석한 결과, 직원·임원 모두 전년보다 연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증가하던 전체 임직원 평균 연봉은 작년 줄어들었다. 반도체 등 주력 업종 실적 부진으로 소속 임직원 연봉이 감소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임원·일반 직원 연봉 모두 줄었다

조사 대상인 대기업 120사의 2023년 임직원은 78만5028명이다.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2019년 64조3282억원이었던 임직원 인건비는 작년 79조5336억원으로 증가했다.

총 인건비와 임직원은 증가세이지만 작년 1인당 평균 연봉은 2022년에 비해 줄었다. 2019년 조사 대상 기업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8253만원이었다. 이후 8549만원(2020년), 9628만원(2021년), 1억196만원(2022년)으로 계속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억131만원으로 전년보다 65만원 줄었다. 임원의 평균 연봉은 2022년 4억4685만원에서 작년 4억2727만원으로 줄었고, 직원 연봉은 9909만원에서 9855만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조사 대상인 12업종 중에서 작년 직원 연봉 1위 업종은 자동차로 평균 1억1640만원을 받았다. 2022년 같은 조사에서 1위 업종은 전자였는데, 자동차가 이를 제친 것이다. 전자 업종 일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596만원으로 자동차, 금융, 정보통신에 이어 4위에 자리했다. 12업종 중 절반인 6업종은 전년 대비 연봉이 줄었다. 철강 업종의 일반 직원 연봉은 2022년 9790만원에서 작년 8707만원으로, 석유화학 업종은 9712만원에서 9679만원으로 감소했다.

그래픽=박상훈

◇직원 연봉 1억원 이상 기업 29곳

임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은 회사는 에쓰오일로 1억6832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어 SK텔레콤, 삼성화재,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기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직원 연봉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직원 연봉이 평균 1억원 넘는 기업은 2019년 7곳에서 2020년 8곳, 2021년 19곳, 2022년 27곳으로 계속 늘었고, 지난해엔 29곳으로 조사됐다. 현대위아, 동양생명, 한온시스템, 현대건설, 서연이화, 대한항공 등 6사가 작년 직원 연봉 1억원 이상 목록에 추가됐다. 이 중 현대위아, 한온시스템, 서연이화 등 3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기아의 부품 협력사들이다. 특히 현대차·기아에 범퍼부터 시트까지 핵심 내외장재를 공급하는 서연이화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3조원대 매출을 올리자 직원 연봉을 한 번에 16%(1385만원) 인상했다.

‘반도체는 바닥, 자동차는 정점’이었던 작년 업황이 직원 연봉 순위에 그대로 반영됐다. 직원 연봉 톱10 기업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들지 못했지만, 기아(1억2576만원)는 포함됐다. 카카오, 엔씨소프트, 금호석유화학, 현대제철 등 4사는 2022년에는 직원 연봉 1억원 이상을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1억원을 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인건비는 14조4782억원으로 2022년(15조5977억원)보다 1조1195억원 줄었다. 작년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초과이익 성과급(OPI·옛 PS) 지급률은 0%였다. 삼성전자의 작년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522만원으로 전년(1억3080만원) 대비 1500만원 가까이 줄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100만원 감소했다. SK하이닉스 임원 연봉은 7억5517만원에서 5억6100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