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16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선·해운 산업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철강 산업이 주력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 쇠퇴 지역)’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 더해져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철강은 미국 경제의 척추이자 국가 안보의 기반”이라며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 핵심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현행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수준인 22.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철강노조(USW) 등 5개 노조가 정부에 조사를 요구한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에서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선다. 앞서 미국철강노조 등은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업체에 원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자국 조선사에 제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라 한국의 철강·조선·해운 산업도 직·간접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인도가 중국산 철강에 5년간 반(反)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미국의 저가 중국산 철강 견제가 강화하면, 한국 철강사도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견제를 위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덤핑 규제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양대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 초 한국으로 중국의 저가 강판 수출이 급증하자 정부에 덤핑 조사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중국산 철강 관세가 인상돼도 한국 철강의 대미 수출은 ‘쿼터(할당량)’로 묶여 있어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고, 미국이 아닌 동남아 등 다른 경쟁 시장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철강노조 요구대로 중국 조선사가 건조한 선박이 미국 항구에 정박할 때 추가 항만 요금을 부과하게 되면 중국 기업의 경쟁자인 한국 조선사가 장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