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국내 1위 침대업체 시몬스는 23일 임원들에게 주 6일 근무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시몬스 관계자는 “최근 삼성 임원들의 주 6일 근무 소식이 임원 회의에서 화제가 됐다”며 “국가 경제가 어려우니 우리도 솔선수범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작년 초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시몬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내 업계 1위에 올라섰지만,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 올해도 비상경영을 이어가기로 했다.

주 4일 근무제가 논의되는 시대에 주 6일제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월부터 격주로 토요 사장단 회의를 열고, 삼성은 지난 주말부터 전 계열사 임원들이 주 6일 근무에 돌입했다. 성과를 위해 근무 시간 제한 없이 일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주 40시간 일해선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주 80~100시간 일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도 살인적 업무 강도로 유명하다. 근로시간에 제한이 없고, 오직 성과로 평가받는다. 삼성의 한 임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밤낮없이 일하는 ‘성과의 시대’를 사는데, 우리는 시간만 채우고 퇴근하는 ‘시간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주 6일제는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회사 망할 수도 있는데 ‘근로시간’ 연연할 때냐”

삼성전자 한 임원은 “지난 토요일 출근해 사내 메신저에 접속하니, 1100명에 달하는 임원 이름 옆에 초록불(접속 중을 의미)이 들어와 있어 긴장감이 돌았다”며 “임직원들에게 회사가 위기라는 인식은 확실히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은 계열사별, 부서별로 사장 주관 회의를 열거나 최신 산업 동향 스터디 모임을 갖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다른 임원은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 적자가 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전쟁과 고금리, 소비 위축이 계속되고 한가하게 있어선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데 근로시간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 한 계열사 임원은 “주 52시간제 도입 후 근무시간을 넘기지 않으려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금요일 오후만 되면 일을 시킬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며 “해외에선 프로젝트를 따거나 새 사업을 개발하려고 밤낮없이 일하는데, 우리는 시간 되면 퇴근해야 하니 경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SK그룹 한 임원은 “SK 최고 경영진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는 안을 상반기 내에 만들고, 하반기에 실행에 옮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토요 회의와 7시 출근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임원은 가족 버려야 하나? 오히려 인재 안 올 것”

일각에선 반발도 있다. 삼성 계열사 임원은 “삼성 임원은 가족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올해도 휴가 하루도 못 쓰고 일했는데, 더 압박한다고 나아질지 의문”이라며 “적절한 휴식과 가족과의 관계도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모 대기업 임원은 “육아가 한창인 임원들도 많다”며 “일과 육아 모두 성공하는 건 욕심이겠지만, 이러다가 건강을 해쳐 모든 걸 잃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에서 근무하다 삼성에 영입된 한 임원은 “일 있으면 알아서 나왔고 원격 근무도 충분히 가능한데, 억지로 사무실로 나오라 하니 오히려 의욕이 떨어진다”며 “이런 경직된 문화에서 인텔·구글 출신 인재들이 삼성에 오려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원들은 주말에 출근해도 추가 수당을 받지 않는다. 한 해 계약한 연봉과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전부다. 기업들이 주 52시간 규제와 추가 비용, 반발 등을 우려해 직원들에게는 주 6일을 적용하지 않고, 계약직인 임원에게만 적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은 주 4일, 임원은 주 6일’의 이중 구도가 굳어지면 임원 승진 욕구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 직원들은 평일에 근무를 좀 더 하면, 한 달에 한 번 주 4일을 할 수 있다. SK그룹도 격주로 주 4일 근무가 가능하다. 삼성 한 임원은 “요즘은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해 팀장도 하기 싫다는 직원들이 대다수”라며 “최근 정년 연장이 트렌드인데, 임원 몇 년 하다 잘리는 것보다 부장으로 정년까지 채우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