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국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티빙·쿠팡플레이가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맞서 이용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작년 3월만 해도 두 OTT의 월간 이용자(MAU)를 다 합쳐도 넷플릭스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역전(500여 명 차이)한 뒤 지난달엔 그 격차를 1471만명(티빙·쿠팡플레이) 대 1173만명(넷플릭스)으로 벌렸다.

국산 OTT들이 프로야구·축구 등 스포츠 생중계로 이용자를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해당 OTT에서만 독점 공개한 드라마·예능 콘텐츠들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힘입어 ‘넷플릭스 독주’ 체제인 국내 OTT 시장에서 국산 OTT 업체들이 반격에 나섰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넷플’ 이용자 줄고 국산 OTT는 증가

25일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 앱 MAU는 1173만명으로 1년 전보다 200만명 줄었다. 반면 쿠팡플레이는 441만명에서 780만명, 티빙은 500만명에서 691만명으로 올라갔다.

그 결과, 디즈니플러스까지 합친 국내 ‘톱5′ OTT 이용자 수에서 넷플릭스는 점유율이 47%에서 35%로 떨어진 반면 쿠팡플레이·티빙은 32%에서 44%로 증가했다. 여기에 또 다른 국산 OTT인 웨이브까지 가세하면 점유율이 57%까지 올라간다. MAU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해당 앱을 사용한 이용자를 집계한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국산 OTT 약진은 스포츠 중계 덕이 크다. 쿠팡플레이는 K리그(한국 프로축구) 온라인 독점 중계를 통해 축구 팬을 대거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미국 프로야구) 개막전을 열고 단독 중계했다.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인기 선수가 총출동한 덕에 경기 당일 쿠팡플레이 이용자 수는 평소보다 2~3배 치솟았다.

티빙 역시 지난달 개막한 KBO리그(한국 프로야구) 덕을 쏠쏠히 봤다. 지난달 티빙 앱 신규 설치 건수는 71만건으로 2월(47만건) 대비 50% 이상 뛰었다. 티빙 일간 이용자 수도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과 나머지 요일이 40만~50만명 차이 난다. 바꿔 말하면 야구를 보기 위해 이 정도 숫자가 티빙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독점 공개한 예능·드라마로도 재미를 봤다.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3′ 등이 흥행했고, OTT 중 티빙에서만 볼 수 있었던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인기를 끌었다. 작년 말 구독료를 올리면서 주요 실시간 채널을 무료로 풀고 연간 구독권을 40% 이상 할인한 점도 이용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웨이브는 이용자 수(3월 426만명)가 다른 OTT에 못 미치지만, 월 평균 사용 시간이 10.84시간으로 티빙(8.54시간)·넷플릭스(7.36시간)·쿠팡플레이(2.95시간)보다 많았다. 아이지에이웍스는 “OTT 중에서 유일하게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했다.

◇야구 유료 전환, ‘넷플’ 콘텐츠 파워는 변수

다만 이 추세가 계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티빙은 다음 달부터 프로야구 생중계를 유료로 전환한다. 현재는 티빙 가입만 하면 무료로 볼 수 있지만 다음 달 1일부터는 최소 5500원부터 시작하는 월 이용권을 사야 한다. 티빙 무료 구독 혜택이 있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 역시 다음 달부턴 추가 요금을 내야만 프로야구 생중계를 볼 수 있다. 무료로 야구를 보던 티빙 이용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넷플릭스 콘텐츠 영향력이 여전히 큰 점도 변수다. OTT 이용자들은 보고 싶은 콘텐츠에 따라 얼마든지 가입 OTT를 바꿀 수 있다. 소비자 조사 업체 컨슈머 인사이트가 지난 1분기 공개된 OTT 오리지널 콘텐츠 12개의 시청 경험률을 조사한 결과 상위 5개 중 4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었고, 나머지 하나도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 드라마였다. 메조미디어가 지난달 OTT 이용자 4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응답자 10명 중 6명이 ‘OTT를 단 하나만 볼 수 있다면 넷플릭스를 선택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