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27년부터 가동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문제로 난항을 겪는다는 본지 26일 자 보도 이후 비판이 커지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해명에 나섰습니다. 전날에 이어 29일에도 보도설명자료를 낸 데 이어 기자들을 상대로 백브리핑도 가졌습니다.

SK하이닉스가 용인시 원삼면에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SK하이닉스 제공

이날 산업부는 “2021년 말 한전과 SK하이닉스가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전력 공급에 큰 문제는 없다”고 했습니다. 2028년까지 공장 하나당 0.7GW(기가와트)씩 신형 원전 2기에 이르는 2.8GW가 필요한데, 한전이 계약을 지킬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전은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동용인 변전소를 새로 짓기로 하고, 신안성 변전소에서 동용인 사이 6.2km를 잇는 송전선로를 올 6월 착공, 오는 2026년 8월 완공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전국 곳곳에서 갈등이 이어지는 송·배전망 공사가 예정대로 끝나기도 어렵고, 공사를 제때에 끝낸다고 하더라도 발전소를 짓지 않고 전기 수요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현재 태안과 당진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주로 실어나르는 신안성 변전소는 안성 등 경기 남부 지역에 4.5GW 규모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2.8GW가 더해지면 총 설비용량 8GW 중 남는 용량은 0.7GW 정도에 그치게 됩니다. 빠르게 늘어나는 전기차와 가전제품 등의 수요를 감안하면 산업부의 공언과 달리 1.2GW 규모 발전소 없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수도권 지역에 사실상 데이터센터 신설이 불가능하도록 시행령을 고쳤고, 삼성전자가 용인에 추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2030년부터 차례로 0.5GW급 LNG발전소 6개를 가동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지난해 산업부는 2050년이 되면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인 10GW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만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5년을 허송세월했고, 인허가가 지연될 때마다 ‘선물’을 줘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이날엔 마치 전기 수급은 걱정할 게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도대체 이런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돈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