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비전, 그래픽=김현국

한국 기업이 만든 감시 카메라가 미국·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흔히 CCTV로 불리는 감시 카메라는 길거리와 지하철역뿐 아니라 군부대·정부 부처·연구 기관·학교·아파트·빌딩 등 도시 곳곳에서 설치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하이크비전·다후아 같은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자, 해킹을 우려한 주요국들이 중국산 사용을 금지하면서 한국 제품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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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기 한국산 감시 카메라

미국은 지난 2019년부터 중국산 통신·영상 보안 장비를 정부기관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방수권법(NDAA)을 시행하면서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와 함께 감시 카메라 제재에 들어갔다. 2022년엔 바이든 대통령이 보안장비법을 시행해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영국(2022), 호주(2023)도 주요 국가 시설에서 중국산 영상 장비를 철거하기로 했다.

그러자 한국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감시 카메라 업체인 한화비전은 지난 2019년 5801억원이던 매출이 지난 2022년 1조원을 넘었고, 작년까지 2년 연속 1조 매출을 달성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1533억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8년 7%에서 지난해 9%로, 순위는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2019년 43.8%던 미국 매출 비율은 지난해 59%로 늘었다. 국내 2위 업체인 아이디스도 미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공공시설에 감시 카메라를 공급하는 업체 코스타테크놀러지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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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공 기관 160만대… 중소기업이 납품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약 1960만대이다. 이 중 공공 기관에 160만7388대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이 얼마나 있는지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건물·아파트·개인 주택 등 민간 영역에서 40~50%가 중국산인 것으로 추정한다. 공공 기관의 경우 2007년부터 한국 중소기업 제품만 쓰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일부 업체가 중국산 핵심 부품을 들여와 재조립해 공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 기관은 최저 입찰제가 원칙인데, 일부 업체가 중국산 메인보드와 카메라를 가져와 재조립하거나 중국 제품을 라벨만 교체해 싼 가격에 입찰을 따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한 경비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을 쓰더라도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작년 3월부터 공공 기관은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인증’ 제품만 구매하도록 의무화해 해킹 우려는 낮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중국산 기상 장비에서 악성 코드가 심어진 ‘스파이칩’이 발견되는 등 하드웨어를 통한 해킹 시도도 안심할 수 없다”며 “소프트웨어 역시 중국·베트남에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엔 문제없는 것을 제공한 뒤에 버전 업데이트 시 ‘백도어(인증 없이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악성 코드)’를 심어 해킹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활용 많아지는 감시 카메라

이런 가운데 감시 카메라 설치는 갈수록 늘고 있다. 활용되는 곳도 범죄 예방·추적뿐 아니라, 택배 추적, 과밀 구역 통제, 재고 인지, 고객 동선 분석, 화재 감지 등 생활 영역 곳곳으로 확장되고 있다. 카메라가 사물과 현상을 인지하는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되면서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카메라 해상도가 8K까지 올라간 감시 카메라가 등장할 정도로 화질이 좋아진 데다, 영상을 분석해 사람인지 동물인지, 마스크를 썼는지 안 썼는지, 사람이 몇 명이 드나드는지, 열이나 충격이 있는지 등을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영상 감시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8000억원에서 2023년 4조4000억원으로 커졌고, 2027년 5조5000억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