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나비효과가 이런 결과까지 낳을 줄은 몰랐다.”
중국산 석유화학제품의 저가 공세로 실적이 크게 나빠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나오는 볼멘소리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러·우 전쟁 때문에 글로벌 제품 수요가 쪼그라들고, 러시아에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수입하지 못해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근데 정작 시간이 흐르고 보니 중국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키워준 원인 중 하나가 러·우 전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7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한국무역협회, 중국 해관총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원유 수입 규모는 2022년보다 11% 늘어난 5억6399만t에 달하며 2020년 역대 최고 기록을 깼다. 하지만 수입액은 전년보다 7% 줄어든 3355억달러(약 456조원)에 그쳤다. t당 단가가 595달러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 단가(643달러)보다 7% 이상 싼 가격이다.
2019~2021년 중국의 원유 수입 물량 중 러시아산 비율은 15%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2위였지만, 지난해엔 1위(19%)가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해외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원유가 중국으로 싼값에 팔리면서 석유화학 공정의 원가를 낮춘 것이다. 러시아 제재 여파로 서방의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우회 수출을 늘려온 이란산 원유도 중국으로 대거 들어왔다. EIA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레이시아, UAE(아랍에미리트), 오만산 등으로 이름을 바꾼 이란산 원유의 대중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린 덕에 상대적으로 비싼 노르웨이, 영국 등 서유럽산 원유 수입은 전년보다 줄였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중동산보다 40% 정도 싼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도 지난해에 금액 기준 80%가량 늘었다”며 “가뜩이나 글로벌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값싼 원료를 무기로 생산량을 늘리니 대응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