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배전 전력망이 부족해 발전소 인근엔 전력이 넘치고, 정작 수도권에는 전력이 부족한 ‘전력 미스매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됐던 재앙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망 구축을 위한 특별법까지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송전선로 건설은 최대 1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문제가 점점 커져 급기야 작년 4월엔 호남 지역 태양광 설비의 전력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출력 제어 조치를 했다. 생산량이 많은데, 이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모두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제주에서 이런 조치를 한 적은 있지만 내륙에선 처음이었다.
심각성이 커지자 지난해 10월엔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며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까지 발의됐다. 정부가 622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등 국가 첨단산업단지와 발전소를 잇는 345kV 이상의 송·변전 설비를 적기에 건설하기 위한 법안으로, 전력망 건설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건설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인·허가 규제 완화 및 지원·보상책이 담겼다. 그간 지역 주민의 반대, 정부 인허가 절차 문제 등으로 인해 전력망 건설이 수년씩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별법이 통과되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전력망 확충위원회’를 만들어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주민과의 갈등을 중재하고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에서 제각각 하던 인허가 절차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전력망 구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발의 8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으로, 사실상 본회의 통과가 무산돼 폐기 위기에 놓였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송배전 전력망을 깔기 위한 주민 설득이나 보상책 마련은 산업부나 한국전력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특별법 통과를 통해 국가 전체가 함께 나서 산업 경쟁력과 향후 전기차 시대나 AI시대를 대비해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