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글로벌 사회의 에너지 화두는 지구온난화 등을 염두에 둔 신재생에너지였다. 하지만 안정성이 떨어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지금의 ‘구전난(求電難·electricity shortage)’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다음 달 14년 만에 최악의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전력 당국은 태양광발전소가 가동을 못 하는 야간에는 부족한 전력 설비 규모가 원전 14기에 달하는 14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해마다 경제성장률이 7%대를 기록하며 급성장하는 인도이지만,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전기 부족 문제에 부닥친 것이다. 인도 정부는 앞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며 석탄발전소 건설을 6년 동안 멈췄다. 로이터는 “인도는 지난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 나섰지만, 가동까지는 최소 4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전했다.
미·중 갈등 속에 전기차·반도체 등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각국의 첨단 산업 생산 기지로 뜨는 멕시코에선 지난 7일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여러 도시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전력 당국은 “풍력과 태양광발전량 감소가 정전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에선 최근 들어 풍력발전이 급감하자 하루 만에 전력 현물 도매가격이 100배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7일 MWh(메가와트시)당 32달러였던 가격은 하루 뒤인 8일 저녁엔 3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기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자 즉시 전기를 살 수 있는 현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것이다. 풍력은 텍사스주(州)에서 천연가스 다음으로 비율이 큰 발전원인데, 지난 1월 발전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22%나 줄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텍사스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미국 주 가운데 가장 많은 곳이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최근 몇 년 새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각국에서 급증했지만, 시간이나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분하다는 건 환상일 뿐”이라고 말했다.